시민단체 "인권을 선거에 이용…심판받을 것"

충남도의회가 3일 위헌 소지가 제기된 인권조례 폐지안을 기습 처리해 논란을 빚고 있다.

도의회는 이날 제303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를 열어 도가 재의(再議·의결된 안건에 대해 다시 심사하는 절차)를 요구한 '충남 도민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충남인권조례 폐지안)을 가결했다.

자유한국당 의원 24명 전원 등 26명이 찬성함에 따라 재의에 필요한 정족수(23명)를 충족해 가결됐다.

앞서 유익환 도의회 의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폐지안을 언제 상정할 지 시기를 못 박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본회의가 열리기 2시간 전 조길행 의원 등 9명이 갑자기 충남인권조례 폐지 재의의 건을 의사일정에 추가하자며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발의, 표결에 붙였다.

결국 한국당의 절대적인 찬성으로 해당 안건이 상정됐고, 한국당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폐지안이 처리되기까지 두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유병국 의원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본회의 직전에야 인권조례 폐지안이 상정됐다는 것을 알았다"며 "도가 재의를 요구한 게 한 달 전인데, 야당 의원들은 사전에 동의를 구하거나 설득하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왜 꼭 이번 회기 안에 인권조례 폐지안을 상정해야 했던 것이냐"며 "사전에 어떤 논의도 없이 갑자기 발의해 처리한다는 것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떤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도의회 안팎에서 갈수록 악화되는 여론을 우려해 기습 표결을 강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학자들도 충남인권조례 폐지가 차별을 금지하는 헌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하고 있어 후폭풍이 일 것으로 보인다.

우삼열 충남인권조례지키기 공동행동집행위원장은 "도민의 인권을 다루는 사안이 선거를 앞두고 정략적으로 다뤄진 것에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인권을 선거의 수단으로 이용한 이번 사태는 다가올 6월 지방선거에서 심판받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남도의회, 한국당 주도로 인권조례폐지안 기습처리…논란 확산
충남인권조례는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자유선진당 송덕빈 의원과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공동 발의해 제정됐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6곳이 인권조례를 제정, 시행 중이다.

이번에 자유한국당 소속 충남도의원들이 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옹호·조장한다는 이유로 스스로 만든 조례안을 폐지함에 따라, 충남도는 인권조례를 없앤 첫 사례가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