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교육부는 문재인 정부의 엑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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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 신뢰성 논란 일자
10년정책 하루 만에 급선회
방과후 영어교육 금지도
졸속 행정 대표적 사례
설익은 교육정책 남발
'백년지대계' 온데간데
김동윤 지식사회부 기자
10년정책 하루 만에 급선회
방과후 영어교육 금지도
졸속 행정 대표적 사례
설익은 교육정책 남발
'백년지대계' 온데간데
김동윤 지식사회부 기자
“교육부는 흡사 문재인 정부의 ‘엑스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네요.”
지난 2일 만난 한 교육계 관계자가 푸념처럼 한 말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유독 교육부가 졸속 행정으로 혼선을 초래한 일이 잦은 것을 두고 하는 얘기였다. 작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촛불민심’을 내세워 사회 각 분야에서 과감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찬반이 엇갈리는 이슈가 많았지만 최소한 현 정부의 핵심 지지층으로부터는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교육 분야만큼은 예외라는 평가가 많다. 학생부종합전형 논란부터가 그렇다. 지난달 말 교육부 차관이 서울지역 일부 대학에 ‘2020학년도 대입전형에서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을 낮춰달라’는 취지의 구두요청을 한 것이 발단이 됐다. 상당수 고등학교에서 학생부가 성적 최상위권 학생에게 유리한 쪽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지적된 데 대한 대응이었다. 서울 주요 대학들은 부랴부랴 정시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학부모와 수험생들 사이에선 갑작스런 정책 전환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한 서울시내 고교 전임 교장은 “학종 전형은 ‘창의적 인재 선발’이라는 좋은 취지로 2008년 도입된 제도”라며 “그동안의 성과와 문제점을 차분히 따져보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게 정공법”이라고 말했다.
올초 불거진 방과후 영어교육 논란도 졸속 행정의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교육부는 1월 초 조기 영어교육의 폐단을 막겠다며 유치원·어린이집의 방과후 영어교육을 금지하는 방안을 조만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 “영어 사교육 시장만 급팽창할 것”이라는 등의 비판 여론이 일었다. 결국 교육부는 논란이 불거진 지 약 열흘 만에 제도 시행을 1년 유예하겠다고 물러섰다. 교육부는 작년 8월에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절대평가 제도를 도입하려 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1년 유예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로 불리는 교육 분야에서 설익은 정책 남발로 논란이 확산되는 모습이 수차례 반복되다 보니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와 기대치가 벌써부터 바닥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oasis93@hankyung.com
지난 2일 만난 한 교육계 관계자가 푸념처럼 한 말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유독 교육부가 졸속 행정으로 혼선을 초래한 일이 잦은 것을 두고 하는 얘기였다. 작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촛불민심’을 내세워 사회 각 분야에서 과감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찬반이 엇갈리는 이슈가 많았지만 최소한 현 정부의 핵심 지지층으로부터는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교육 분야만큼은 예외라는 평가가 많다. 학생부종합전형 논란부터가 그렇다. 지난달 말 교육부 차관이 서울지역 일부 대학에 ‘2020학년도 대입전형에서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을 낮춰달라’는 취지의 구두요청을 한 것이 발단이 됐다. 상당수 고등학교에서 학생부가 성적 최상위권 학생에게 유리한 쪽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지적된 데 대한 대응이었다. 서울 주요 대학들은 부랴부랴 정시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학부모와 수험생들 사이에선 갑작스런 정책 전환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한 서울시내 고교 전임 교장은 “학종 전형은 ‘창의적 인재 선발’이라는 좋은 취지로 2008년 도입된 제도”라며 “그동안의 성과와 문제점을 차분히 따져보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게 정공법”이라고 말했다.
올초 불거진 방과후 영어교육 논란도 졸속 행정의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교육부는 1월 초 조기 영어교육의 폐단을 막겠다며 유치원·어린이집의 방과후 영어교육을 금지하는 방안을 조만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 “영어 사교육 시장만 급팽창할 것”이라는 등의 비판 여론이 일었다. 결국 교육부는 논란이 불거진 지 약 열흘 만에 제도 시행을 1년 유예하겠다고 물러섰다. 교육부는 작년 8월에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절대평가 제도를 도입하려 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1년 유예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로 불리는 교육 분야에서 설익은 정책 남발로 논란이 확산되는 모습이 수차례 반복되다 보니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와 기대치가 벌써부터 바닥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