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국내 토종 밀폐용기 ‘락앤락’은 홈쇼핑에서 대박이 났다. 첫 방송 때 2000세트가 30분 만에 동났다. 당시 밀폐용기는 뚜껑에 홈을 만들어 눌러 담는 실(seal)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락앤락은 홈에 실리콘 패킹을 덧대고 4면에 잠금 장치를 적용했다. 이후 락앤락은 미국의 타파웨어를 제치고 밀폐용기의 대명사가 됐다. 10여 년간 고속 성장을 했다. 하지만 2014년 위기가 찾아왔다. 중국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한 게 화근이었다. 중국 정부가 부정부패 척결을 내걸고 단속을 강화해 락앤락의 중국 주요 판매 채널이던 특판(기업에서 선물용으로 구매하는 것)이 위축됐다. 그로부터 3년. 락앤락은 부활했다. 회생 전략의 키워드는 ‘탈출’이다.
밀폐용기를 '탈출'했다… 락앤락이 부활했다
◆위기 딛고 부활

락앤락은 작년에 영업이익 516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에 비해 90% 가까이 늘었다. 올해 영업이익은 6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하고 있다. 위기 탈출의 원동력은 상품 다양화와 수출지역 확대였다.

락앤락은 우선 밀폐용기 위주인 상품을 다변화했다. ‘냉장고 탈출’ 전략이다. 커피와 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트렌드에 맞춰 텀블러 보온병 등 음료용기 마케팅을 강화했다. 락앤락으로 쌓은 밀폐 기술력을 이들 제품에 적용했다. 수납용품과 여행가방 등으로 제품군을 늘렸다. 성장하는 인테리어 시장을 겨냥했다. 집밥 열풍에 올라타기 위해 쿡웨어도 내놨다. 그 결과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음료용기 매출 비중은 2014년 26%에서 작년 32%로 확대됐다. 쿡웨어 매출 비중도 4%에서 8%로 높아졌다.

이강혁 락앤락 상품개발본부 플라스틱사업부 상무보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사례를 보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서면 집안을 꾸미는 인테리어에 관심이 높아진다”며 “쿡웨어 수납용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활용품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창립 40주년, 글로벌 브랜드 박차

세계 시장 전략도 다시 짰다. 중국 탈출 전략이었다. 국내와 중국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와 미국 유럽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했다. 동남아시아 매출 비중은 2014년 14%에서 작년 22%로 높아졌다. 중국에선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고 온라인 판매를 확대해 비용을 줄였다. 중국 내 온라인 매출 비중은 2014년 19%에서 작년 45%로 커졌다. 락앤락 관계자는 “중국 판매 전략을 바꾼 덕분에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의 타격을 덜 받았다”고 했다.

락앤락은 앞으로 글로벌 브랜드로 올라서기 위해 미국 유럽 등 선진국 판매 네트워크를 강화할 계획이다. 기존 홈쇼핑 위주의 판매 채널을 아마존 등 온라인 채널로 바꿔나갈 예정이다. 락앤락은 최근 영국에서 소비자가 선정한 최고 생활용품 브랜드로 꼽히기도 했다. 락앤락 관계자는 “선진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면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 판매도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락앤락은 지난해 사모펀드 어피니티파트너스에 팔렸다. 이후 구조조정 등을 통해 비용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창립 40년인 올해는 내실을 다져 ‘제2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