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아시아 중재 허브로
서울국제중재센터 흡수·통합
원스톱 법률서비스 가능해져
영미법 전공'맨파워'탄탄
윤병철·박은영·임성우 등 초석
김혜성·전재민·김준우·이형근 …
차세대 변호사들도 급성장
3일 업계에 따르면 KCAB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KCAB인터내셔널이라는 국제중재센터를 신설했다. KCAB인터내셔널은 한국에서 중재를 원하는 해외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전문 조직이다. 앞으로 KCAB는 국내 기업 중재만을 전담하고 중재를 위한 인프라 시설 관리 등을 맡는다. KCAB가 서울국제중재센터(SIDRC)를 흡수통합한 것도 이 같은 구상의 연장선이다. SIDRC는 중재를 원하는 국내외 기업이 심리를 받기 위한 장소와 각종 시설을 제공해왔다. 오현석 KCAB 기획관리본부장은 “KCAB인터내셔널을 통해 순수 외국 기업이 서울을 중재지와 심리지로 선택할 수 있도록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KCAB의 중재 역할은 국내 사안 위주였다. 법무부는 국제중재산업 진흥을 위해 2011년부터 국제중재 규칙을 손보는 등 여러 노력을 해왔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 해에 400건 안팎의 중재가 이뤄지는데 80%가 국내 기업 간 분쟁이었다”며 “국제중재 사안이라고 해도 KCAB가 주도적인 역할에 나서지 못했던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중재와 관련한 한국의 국제적 인지도는 홍콩과 싱가포르는 물론 중국과 일본에 비해서도 나을 것이 없다는 목소리가 많다. 중국과 일본은 국가적인 지원을 받으며 ‘사건 유치’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국제중재는 당사자인 기업뿐만 아니라 변호인과 증인, 감정인부터 통역, 속기인까지 한자리에 모여야 하기 때문에 국가 경제 기여도가 크다. 굵직한 사건을 유치하면 숙박·여행 산업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
영국런던국제중재법원(LCIA), 미국중재협회(AAA), 프랑스 파리의 국제상업회의소(ICC) 등 세계 3대 중재기관과 홍콩국제중재센터(HKIAC),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 등은 중재업무를 통한 경제 활성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미법 전공 법조인 많아 유리
업계에서는 한국이 아시아 중재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국제중재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대륙법 체계 국가지만 국제중재에서 많이 쓰이는 영미법 전공 법조인이 많다”며 “양질의 인력이 국내에서 다수 활동하고 있는 것은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이런 평가 뒤에는 국제중재산업이 ‘불모지’와 다름없던 시절부터 해외로 눈을 돌린 이른바 1세대 국제중재 변호사들의 공이 컸다. 김앤장 윤병철(사법연수원 16기)·박은영(20기) 변호사, 광장의 임성우 변호사(18기), 태평양의 김갑유 변호사(17기) 등이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박 변호사는 LCIA 부원장직도 맡고 있다.
주요 로펌에서는 중재전문 2세대 법조인도 배출되고 있다. 김혜성 김앤장 변호사(39기)는 세계적 로펌 평가기관인 리걸500으로부터 국제중재 차세대 변호사로 선정됐다. 김 변호사는 “해외 진출 국내 기업의 계약상 책임 범위에 대한 분쟁 사건을 처리하며 처음 국제중재 분야에 입문했다”며 “한국 기업 문화 등을 이해하면서 국경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가 되겠다”고 밝혔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국제이사를 맡고 있는 전재민 변호사(33기)는 “어쏘 변호사 시절 소송가가 수조원에 이르는 국제중재 사건에 관여하면서 국제중재의 중요성과 매력을 알게 됐다”며 “국제중재는 영미계 글로벌 로펌들의 활동 무대라는 인식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김준우 태평양 변호사(34기), 이형근 율촌 변호사(34기), 샘 김(화우)·데이비드 김(광장) 외국변호사 등이 대표적인 차세대 국제중재 전문가로 꼽힌다.
인적 자산 외에도 중재 과정에서 필요한 법원 결정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중재에 친화적인 법률 환경을 갖췄다는 것도 장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어를 자유롭게 쓰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게 약점이지만 법률 인프라만 놓고 보면 홍콩, 싱가포르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