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안내고 소매업체 다 죽여"… '트럼프 포화'에 궁지 몰린 아마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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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기울어진 운동장" 맹비난
나흘만에 시총 900억달러 증발
美 대선 당시 베저스 소유 WP가
트럼프 저격에 나서면서 관계 악화
전자상거래 시장 장악하고 있지만
전체 소매시장 점유율 4%도 안돼
반독점법 적용 쉽지 않을 듯
나흘만에 시총 900억달러 증발
美 대선 당시 베저스 소유 WP가
트럼프 저격에 나서면서 관계 악화
전자상거래 시장 장악하고 있지만
전체 소매시장 점유율 4%도 안돼
반독점법 적용 쉽지 않을 듯
거침없이 질주하던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금도 안 내고, 소매업체들을 죽인다”며 연일 포화를 퍼붓자, 4거래일 만에 뉴욕증시에서 시가총액이 900억달러(약 95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자칭 ‘협상의 달인’인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존에 뭔가 받아내려는 것인지, 반독점법 등으로 규제를 가하려는 건지 불분명하다. 트럼프의 대(對)아마존 전쟁이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트럼프 vs 베저스의 악연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아마존을 또다시 비난했다. 그는 “바보나 이보다 더 못한 사람들만이 적자인 미국 우편시스템이 아마존을 통해 돈을 번다고 한다. 그들은 손해를 보고 있으며 이것은 바뀔 것이다. 또 세금을 내는 소매업체들은 도처에서 문 닫고 있다. 평평한 경기장이 아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달 28일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존에 골몰하고 있다”고 보도한 뒤 사흘째 이어진 공격이다.
아마존 주가는 지난달 26일 1550달러대에서 이날 1371달러로 폭락했다. 시가총액 약 900억달러가 사라졌다. 다른 기술주도 동반 급락하고 있다. 이날만 해도 아마존이 5.21% 내렸으며 인텔(-6.1%), 페이스북(-2.8%) 넷플릭스(-5.1%), 알파벳(-2.4%) 등 주요 기술주가 줄줄이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마존의 악연은 2016년 대선 캠페인 때 시작됐다. 당시 제프 베저스 아마존 창업주가 소유한 워싱턴포스트가 공화당 유력 후보로 떠오른 트럼프에 대해 비판 기사를 싣자 트럼프는 “아마존은 엄청난 탈세를 하고도 멀쩡하게 영업하고 있는데 베저스는 내가 당선될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베저스는 “트럼프를 위해 블루오리진(베저스의 로켓 회사) 좌석을 비워놓을 것”이라거나 “트럼프가 민주주의를 서서히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면 아마존은 문제를 안게 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존 공격으로 대중 지지를 얻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아마존이 토이저러스 등 소매업체들을 줄줄이 파산시키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올 1분기 호황에도 불구하고 쇼핑몰 공실률이 8.4%로 2012년 4분기 이후 최고로 치솟았다. 악시오스는 “부동산업계 지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쇼핑몰과 소매점포들이 아마존 때문에 모두 망하게 생겼다’고 불만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반독점 규제 검토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존에 반독점법을 적용해 세무조사에 나서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은 다른 기업들에 비해 법인세를 적게 내왔다. 2008~2016년 미국에 낸 법인세는 14억달러로, 월마트가 같은 기간 낸 세금(640억달러)의 45분의 1에 불과하다. 번 돈 대부분을 투자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매출 1778억달러를 올렸지만 당기순이익은 30억달러로 1.7%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존이 주정부 등에 판매세를 거의 내지 않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초창기 아마존은 오프라인 매장이 없다는 이유로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았다. 하지만 전자상거래 시장이 확대되자 각 주정부가 판매세를 물리기 시작했다. 아마존은 현재 진출해 있는 45개주 모두에서 판매세를 내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아마존에 반독점법을 적용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아마존은 미국 온라인 시장의 43.5%를 차지하고 있지만, 오프라인을 포함한 전체 소매시장 점유율은 4%에 못 미친다. 여기에다 아마존이 상품값을 떨어뜨리고 있어 소비자 피해가 생기고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반독점법은 기업이 한 시장에서 지배적이거나 소비자 효용을 해칠 때 발효된다”며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반독점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일부에선 아마존이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앞세워 입점 상인 등에게 낮은 가격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일대 로스쿨의 펠로인 리나 칸은 “아마존이 약탈적 가격 책정을 한다면 소비자 이익이 있어도 반독점으로 규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아마존에 적용하려면 월마트에도 적용해야 하는 게 부담이다. 뉴욕타임스는 “아마존에 반독점법 적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월마트가 왜 목표가 되지 않을지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자칭 ‘협상의 달인’인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존에 뭔가 받아내려는 것인지, 반독점법 등으로 규제를 가하려는 건지 불분명하다. 트럼프의 대(對)아마존 전쟁이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트럼프 vs 베저스의 악연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아마존을 또다시 비난했다. 그는 “바보나 이보다 더 못한 사람들만이 적자인 미국 우편시스템이 아마존을 통해 돈을 번다고 한다. 그들은 손해를 보고 있으며 이것은 바뀔 것이다. 또 세금을 내는 소매업체들은 도처에서 문 닫고 있다. 평평한 경기장이 아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달 28일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존에 골몰하고 있다”고 보도한 뒤 사흘째 이어진 공격이다.
아마존 주가는 지난달 26일 1550달러대에서 이날 1371달러로 폭락했다. 시가총액 약 900억달러가 사라졌다. 다른 기술주도 동반 급락하고 있다. 이날만 해도 아마존이 5.21% 내렸으며 인텔(-6.1%), 페이스북(-2.8%) 넷플릭스(-5.1%), 알파벳(-2.4%) 등 주요 기술주가 줄줄이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마존의 악연은 2016년 대선 캠페인 때 시작됐다. 당시 제프 베저스 아마존 창업주가 소유한 워싱턴포스트가 공화당 유력 후보로 떠오른 트럼프에 대해 비판 기사를 싣자 트럼프는 “아마존은 엄청난 탈세를 하고도 멀쩡하게 영업하고 있는데 베저스는 내가 당선될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베저스는 “트럼프를 위해 블루오리진(베저스의 로켓 회사) 좌석을 비워놓을 것”이라거나 “트럼프가 민주주의를 서서히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면 아마존은 문제를 안게 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존 공격으로 대중 지지를 얻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아마존이 토이저러스 등 소매업체들을 줄줄이 파산시키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올 1분기 호황에도 불구하고 쇼핑몰 공실률이 8.4%로 2012년 4분기 이후 최고로 치솟았다. 악시오스는 “부동산업계 지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쇼핑몰과 소매점포들이 아마존 때문에 모두 망하게 생겼다’고 불만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반독점 규제 검토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존에 반독점법을 적용해 세무조사에 나서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은 다른 기업들에 비해 법인세를 적게 내왔다. 2008~2016년 미국에 낸 법인세는 14억달러로, 월마트가 같은 기간 낸 세금(640억달러)의 45분의 1에 불과하다. 번 돈 대부분을 투자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매출 1778억달러를 올렸지만 당기순이익은 30억달러로 1.7%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존이 주정부 등에 판매세를 거의 내지 않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초창기 아마존은 오프라인 매장이 없다는 이유로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았다. 하지만 전자상거래 시장이 확대되자 각 주정부가 판매세를 물리기 시작했다. 아마존은 현재 진출해 있는 45개주 모두에서 판매세를 내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아마존에 반독점법을 적용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아마존은 미국 온라인 시장의 43.5%를 차지하고 있지만, 오프라인을 포함한 전체 소매시장 점유율은 4%에 못 미친다. 여기에다 아마존이 상품값을 떨어뜨리고 있어 소비자 피해가 생기고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반독점법은 기업이 한 시장에서 지배적이거나 소비자 효용을 해칠 때 발효된다”며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반독점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일부에선 아마존이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앞세워 입점 상인 등에게 낮은 가격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일대 로스쿨의 펠로인 리나 칸은 “아마존이 약탈적 가격 책정을 한다면 소비자 이익이 있어도 반독점으로 규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아마존에 적용하려면 월마트에도 적용해야 하는 게 부담이다. 뉴욕타임스는 “아마존에 반독점법 적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월마트가 왜 목표가 되지 않을지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