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여당과 야당이 개헌안을 두고 접점 없이 평행선만 그리는 ‘핑퐁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분권형 대통령제를 중심으로 한 자유한국당 개헌안은 국회가 총리를 임명하는 등 국회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이어서 사실상 내각제에 가깝다는 평가다. 반면 정부 개헌안은 4년 연임제 등 대통령제 유지에 방점이 찍혀 개헌 이슈가 ‘내각제와 대통령제의 충돌’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날 의원총회를 통해 당론으로 확정한 한국당 자체 개헌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분권 대통령, 책임총리제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반드시 종식시키겠다”며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이 국가를 대표하고, 책임총리를 중심으로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해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8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은 시대정신에 정면으로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책임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총리 제청으로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김 원내대표는 개헌 시기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헌정특위(헌법개정·정치개혁 특별위원회) 활동 기한인 6월까지 국회가 개헌안을 마련해 여야 공동발의하면 (국민투표는) 9월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병합하자고 한 여권 입장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대통령제 유지를 골자로 개헌안을 마련한 만큼 한국당 개헌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당 개헌안에 대해 “청와대가 내놓은 안과는 다른 것이고, 특히 총리 추천 내용은 내각제의 변형이기 때문에 대통령안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수용 불가’ 의견을 밝혔다.

민주당도 한국당 개헌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가 총리를 선출한다는 (한국당의) 주장은 대통령제를 거부하는 이원정부제, 내각제”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국민주권을 강화하는 추세에서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 외에 국회가 선출한 총리가 대통령 권리를 나눠 갖는 것을 국민이 납득하겠냐”고 반문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