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기측정기 제조업체 어웨어의 백산 이사는 행정고시에 합격해 기획재정부 사무관으로 일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백 이사는 “공무원 때는 보고서에 죽고 사는 삶이었다”며 “스타트업에선 제품 포장·배송부터 전략 수립까지 모든 것을 접하며 문제 해결 능력을 빠르게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3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네이버 주최로 경기 성남시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열린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특강에서는 ‘스타트업 천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여덟 명의 한국인이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했다. 재스퍼 손 굿타임 공동창업자는 “실리콘밸리의 모든 사람들은 ‘야망’과 ‘헝그리 정신’이 있다”며 “미국의 다른 지역에선 느낄 수 없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박기상 링크트인 엔지니어는 실리콘밸리에 안착하려면 카멜레온 같은 변신 능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규모가 작아도 좋으니 많은 경험을 손쉽게 할 수 있는 곳에서 출발하라”고 조언했다.
김누리 우버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본업이 아닌 프로젝트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좋은 기회가 올 때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버는 자율주행기술본부를 세울 당시 디자이너를 뽑지 않았지만, 김 디자이너는 지인들과 모임을 만들어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AI) 디자인을 꾸준히 공부했다. 1년여 뒤 디자인팀이 신설될 때 곧바로 옮겨갔다.
이방인의 한계와 언어 장벽을 넘어서는 일이 결코 쉽진 않지만, 한국인 특유의 헝그리 정신과 성실성은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영어가 서툴렀던 백 이사는 미국 내 지인 수백 명의 국적, 학력, 이력 등을 엑셀 파일로 정리해 대화 기회를 넓히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임현우/배태웅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