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에 두 번째 출전하는 김시우, "떨리기보다는 설레네요"
“작년엔 허리가 아픈데다 긴장도 되고 감이 없을 때여서 성적이 좋지 않았어요. 첫 출전이라 떨리기도 했고요. 올해는 허리도 낫고 2주전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에서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에 감이 좋습니다. 두 번째 출전이어서 그런지 설레기도 합니다.”

한국선수로는 유일하게 제82회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에 출전하는 김시우(23·CJ대한통운)는 올해 처음 코스를 둘러본 후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미국PGA투어 ‘제5의 메이저대회’로 일컬어지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커리어 때문이기도 해보였다.
김시우가 2일 올해 첫 연습라운드를 마친 후 오거스타 내셔널GC 클럽하우스를 배경삼아 기자들 앞에 섰다.  /한경닷컴
김시우가 2일 올해 첫 연습라운드를 마친 후 오거스타 내셔널GC 클럽하우스를 배경삼아 기자들 앞에 섰다. /한경닷컴
김시우는 1일 오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에 도착해 2일 오전 9시35분 대회코스인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18홀 연습라운드를 벌였다. 아버지 김두영씨와 그를 미국에서 뒷받침해주는 어머니, 그리고 소속사인 CJ 관계자가 줄곧 따라다녔다. 김시우는 다른 선수들처럼 그린 주변에서 몇 개의 볼로 어프로치샷을 가다듬었으며, 그린에서는 나흘동안 달라질 핀 위치를 상정하며 이곳저곳에서 브레이크와 경사·굴곡을 파악했다.

“역시 마스터스는 다릅니다. 코스와 갤러리,긴장도 면에서 다른 대회와 비교가 안됩니다. 아직 대회 전이어서 그런지, 지난해에 비해 코스는 부드럽게 느껴지네요. 지난해와 올해를 합쳐 여섯 차례 이 곳에서 라운드했는데 매홀 페어웨이를 지키고 그린 주변에서 실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려면 모든 샷이 좋아야 합니다. 드로, 페이드, 로샷, 하이샷 등을 적절히 구사해야 합니다. 빠른 그린에 적응하려면 퍼트를 잘 해야 하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고요.”

코스 공략에 대해서는 “성적에 연연하기보다는 평소 익힌 내 샷을 구사하는데 중점을 둘 생각”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세컨드 나인(백 나인)의 11,13,15번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파4로는 가장 긴 고난도의 11번홀(길이 505야드)을 잘 넘겨야 합니다. 파5인 13,15번홀은 승부홀입니다. 두 홀에서 타수를 줄여야 합니다. 그러나 만만하게 보고 욕심을 내다가는 스코어를 오히려 까먹는 사례가 많지요. 욕심을 억제하고, 여의치 않을땐 레이업하는 전략을 짜겠습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세 차례나 우승한 필 미켈슨과 이틀간 동반라운드를 한 것이 좋은 경험이 됐습니다.”

김시우는 지난해 처음 출전해 첫날 75타, 둘쨋날 81타를 치고 6타차로 커트탈락했다. 특히 둘쨋날 11,15번홀에서 보기를, 13번홀에서는 파를 기록했다. 그러고 나서 한 달여 후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미국PGA투어 통산 2승째였다. 그 덕분에 그는 마스터스 3년 출전권을 확보했다. 다른 조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2020년까지 마스터스에 자동으로 출전하게 된다.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프레지던츠컵에도 나가다 보니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지요. 한편으로 힘이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김시우는 지난해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 후 타이거 우즈, 헌터 메이헌 등을 지도했던 유명 교습가 션 폴리와 만났다. 그러나 그것이 오산이었다. 폴리는 김시우에게 볼을 눌러치는 기법을 가르쳤다. 그러다 보니 허리에 무리가 갔고, 낮은 볼이 나와 빠른 그린에서 볼을 세울 수 없었다. 또 데이타에 근거를 둔 그의 훈련법은 감(感)을 중시하는 김시우와는 맞지 않았다. 김시우는 6∼7개월 폴리와 함께 하다가 결국 헤어졌다. 지금은 코치 없이 혼자 헤쳐나가고 있다. 패트릭 리드의 코치인 조시 젠더가 김시우를 따라다니며 가벼운 조언을 해주고 있다.

김시우는 올해 코치 교체 외에도 장비와 캐디도 바꿨다. 프로 데뷔 후 써왔던 테일러메이드 대신 캘러웨이를 택했다. 클럽 뿐만 아니라 볼도 캘러웨이 제품이다. 캐디는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의 백을 5년간 멨던 보비 브라운을 데려왔다.

김시우는 프리샷 루틴 때 캐디를 오랫동안 뒤에 세워두는 것으로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플레이 시간이 지체되고, 프로골퍼라면 그 정도 루틴은 혼자 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그같은 행동은 내년부터는 골프규칙으로 금지된다. 이에 대해 묻자 김시우는 “2016년 소니오픈 때 한 주만 그렇게 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지금은 안 그런다는 얘기다.

김시우는 3년만에 대회에 출전하는 타이거 우즈에 대해 “우승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의견을 내놓았다. 그 근거로 우즈의 최근 감이 좋고,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데다, 네 번이나 우승한데서 보듯 이 코스에 익숙하다는 점을 들었다.

아마추어 국가대표를 거친 김시우는 만 17세 때인 지난 2012년 미국PGA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Q스쿨)를 통해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다른 선수들보다 도전욕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허광수 대한골프협회장에게 ‘국가대표 골프발전기금’으로 써달라며 1억원을 전달했다.

김시우는 큰 무대 진출을 원하는 후배 선수들에게 “목표를 뚜렷이 정하라. 그러고 나서 그에 맞는 연습을 중점적으로 하라.”고 한마디했다.

오거스타(美 조지아주)=김경수 골프칼럼니스트
마스터스에 두 번째 출전하는 김시우, "떨리기보다는 설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