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말 열린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철회' 요구 집회. /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말 열린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철회' 요구 집회. / 사진=연합뉴스
초등 영어 사교육 프로그램이 공교육 시스템 안으로 들어온다. 수요가 높은 민간 영어학습 콘텐츠를 학교 교육과정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 개인이 부담해야 했던 영어 사교육 비용을 교육청이 지불한 뒤 학생·학부모는 무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3일 이 같은 내용의 ‘서울 영어공교육 활성화계획’을 수립해 추진한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에 따른 후속대책 성격으로, 학생·지역간 영어교육 격차 해소와 영어능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교육청이 사용료를 지불하고 사교육 영역의 우수 영어학습 콘텐츠를 모아 ‘영어학습 오픈 플랫폼’을 만드는 내용이 눈에 띈다. 서울교육청은 “금액이 부담돼 민간 영어학습 콘텐츠를 사용 못하는 학생·학부모가 많았다”면서 “학생들이 무료로 양질의 영어교육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BS의 영어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민간 영어학습 콘텐츠를 확보, 이를 교사가 학교 영어수업에 활용할 수 있게 할 방침. 아울러 학습관리시스템을 도입하고 평가와도 연계할 계획이다.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해외에서도 민간 영어교육 콘텐츠를 공교육이 구입해 학교 교육과정에서 활용하는 사례가 있다. 우수성이 검증된 콘텐츠를 선택해 교사들이 수업에 적절히 쓴다면 학습효과를 내면서 경제력에 따른 사교육 격차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교육청은 구체적 방안 마련을 위해 지난달부터 ‘영어 공교육 강화를 위한 민간 콘텐츠 활용 IT(정보기술) 지원시스템 기획’ 관련 정책연구를 진행 중이다.

2019년부터는 서울의 561개 공립초 전체에 원어민 영어보조교사를 배치한다. 이를 위해 현재 배치된 351개 공립초 337명의 원어민 교사에서 100명을 증원한다. 서울 지역 모든 초교(1인2교 배치)에서 원어민 교사가 수업할 수 있게 해 학생들의 영어 노출시간을 늘린다는 취지다.

사교육 선행학습을 받지 않아도 초등 3학년부터 쉽고 재미있게 영어를 배우도록 놀이·체험 중심 수업 환경을 제공한다. 내년부터 공립초 전체에 영어교구 및 프로그램 구입비를 100만원씩 지원하며 4~6학년 학생은 모두 1회 이상 가평영어교육원·수유영어마을 등의 영어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하게끔 했다.

영어 부진학생 문제 해결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영어학습 동아리 ‘친한 친구 손잡고(Best Friend)’의 경우 원어민 교사와 대학생 봉사단이 학교를 찾아 동아리 운영을 돕는다. ‘영어 희망교실’에선 영어교과 전담교사와 원어민 교사가 영어 기초학력 부진 학생과 팀을 이뤄 학습동기를 부여하고 기초부터 가르친다.

조희연 교육감은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때문에 학부모들의 불안감과 우려가 큰 것으로 안다. 학생들이 3학년 때 처음으로 공교육에서 영어를 배워도 자연스럽게 영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영어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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