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사무소 "계약서에 명시돼 있는데 왜 이행 안 하나"
수거업체 "배출 원칙부터 지켜야…수거할수록 손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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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플라스틱 수거 중단을 놓고 경기지역 일부 재활용품 수거업체와 아파트 관리사무소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경기도내 상당수 지자체가 위탁업체를 통해 직접 수거하는 폐비닐과 스티로폼과 달리 폐플라스틱에 대해서는 아파트단지별로 수거업체와 별도 계약을 맺고 수거를 맡기다보니 당국의 개입에도 불구,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도내 A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최근 수거업체 대표로부터 수익이 남는 파지, 고철, 병 등은 계속 수거하겠지만 폐플라스틱은 채산성이 떨어져 더는 수거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고 대화를 시도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 아파트 관리소장은 4일 "정해진 기간 플라스틱을 수거한다는 내용이 계약서에 엄연히 명시돼 있다"고 따졌으나, 수거업체로부터 돌아온 답은 "법대로 해보자"는 것이었다.

양측간 계약에 따르면 페트병을 배출할 때는 내용물을 깨끗이 비우고 상표 등 다른 재질도 제거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상당수 입주민이 이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다 보니, 대다수 수거업체가 수거할 필요가 없는 쓰레기까지 치워주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행이었다.

관리소장은 "정작 계약을 파기한 건 업체 쪽인데 그동안 입주민들이 버린 재활용 불가능 플라스틱까지 치워줬다는 점을 법적으로 문제 삼겠다는 말을 들었다"라며 "아무리 신경 써서 버리더라도 원칙적으로 따지고 들면 할 말이 없는 건 우리 쪽이라 아무 말도 못 했다"라고 전했다.

B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
B아파트 관리소장은 플라스틱만 수거하지 않겠다는 업체 측에 "계약 파기 아니냐"고 항의했지만 "우리도 버릴 곳이 없다"는 말만 들었다.

그는 "다른 수거업체를 찾아보려 해도 다 같은 입장이라 달라질 것은 없는 상황"이라며 "계약대로 이행해달라고 따졌으나 불가항력이라는 입장이어서 답답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수거해라" vs "못한다"…폐플라스틱 갈등 고조
수거업체의 입장도 일리는 있다.

폐비닐이나 스티로폼을 수거하는 지자체 위탁업체들처럼 보조금을 받는 것이 아니어서, 알아서 판로를 개척해야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중국 폐기물 금수조치 탓에 폐플라스틱을 받아주는 선별장이 거의 없어 더는 수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C수거업체 관계자는 "중국의 폐자원 수입규제에 더해 재활용 폐기물 선별업체의 폐업이 늘어나는 등 업계 전체에 운영난이 심각하다"라며 "계약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아파트에는 미안한 입장이지만, 우리로서도 플라스틱 수거 거부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재활용 폐기물 수거는 지자체 업무인 만큼, 관할 시에서 맡아 처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D수거업체 관계자도 "중국의 수입규제도 문제지만, 분리배출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입고량의 40%가 쓰레기일 정도"라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선별장이 문 닫고 수거업체들이 플라스틱을 갖다 맡기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라고 하소연했다.

또 "어떤 지역에선 최근 1년 사이 민간 선별장 4곳 중 3곳이 망할 정도"라고 부연했다.

지자체의 늑장 조치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D수거업체 관계자는 "법에는 재활용 폐기물은 지자체가 책임지게 돼 있다"라며 "벌써 작년부터 중국 금수조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다들 무시하더니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는 각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계약을 이행하라고 설득해달라'는 식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자체가 나서서 해결하기보다는 아파트와 업체간 싸움을 붙이고 있는 형국"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아직 폐플라스틱 수거 중단에 대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최대한 관리사무소와 업체간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도록 유도해본 뒤 그래도 안되면 일부 다른 지자체처럼 플라스틱을 시에서 직접 수거하는 방안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