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권 변호사의 '부동산 법 테크' (19)] 기한내 공사완료 못하면 대금 포기하고
일정 기한까지 공사를 끝내지 못하면 그때까지의 미지급 공사대금 등을 포기하고 그에 관해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부제소(不提訴)합의를 한 경우, 이 같은 합의는 효력이 있을까.

공사를 맡긴 도급인이 강자이거나 공사업자인 수급인에 대한 신뢰가 약할 경우 이 같은 약정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부제소합의를 하게 되면 더 이상 공사대금을 달라는 소송을 낼 수 없어 공사업자로서는 매우 억울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최근 대구고등법원은 위와 같은 부제소합의는 강행법규 위반으로서 무효라고 판결했다.(대구고법 2017년 12월7일 선고 2016나2094 판결) A씨는 2014년 12월17일께 B씨로부터 커피전문점 2개 동 신축공사를 계약금액 7억2000만원에 도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함께 2015년 2월28일까지 공사를 마무리짓지 못할 경우 모든 공사, 공사대금, 유치권을 포기하고 차후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인증서로 작성해줬다. A씨는 기한을 넘긴 2015년 7월8일께 완공했다. 그는 이미 수령한 공사대금 1억55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공사대금 6억3700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대구고법은 먼저 “A씨가 2015년 2월28일까지 공사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 B씨에 대한 일체의 미지급 공사대금과 비용지급청구권 및 유치권을 포기하기로 약정한 것에 대해 그의 귀책사유나 손해 발생 또는 그 액수를 묻지 않고 미지급 공사대금 및 비용 상당을 B씨에게 배상하는 결과가 된다”며 “민법 398조에서 정한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봤다.

나아가 “위 각서의 약정을 민법상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는 이상 법원은 민법 398조 2항에 따라 손해배상액이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 감액할 수 있고, 위 규정은 강행법규이므로 감액주장을 사전에 배제하는 약정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해 “A씨가 B씨에게 위와 같이 미지급 공사대금 및 비용 지급청구권 등을 포기하면서 민·형사 소송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한 것은 부제소합의를 한 것이고, 부제소합의는 예정 손해배상액의 감액주장을 사전에 배제하는 것으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일반적으로 공사를 기한 내에 끝내지 못하면 그때까지 공사대금을 타절정산하고, 달리 손해가 있으면 배상하면 되는 것이 원칙인데, 아예 한 푼도 주지 않고 소송도 제기하지 못하게 한 약정은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라는 결론이다.

김재권 < 법무법인 효현 대표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