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 칼럼] 자유한국당은 '우선순위'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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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현안에서 존재감 '실종'
'정책 독주' 수수방관하면서
경찰과 난데없는 '미친개 싸움질'
구멍가게 해도 '우선순위' 두는데
희망의 정치는커녕 '근심거리' 돼서야"
이학영 논설실장
'정책 독주' 수수방관하면서
경찰과 난데없는 '미친개 싸움질'
구멍가게 해도 '우선순위' 두는데
희망의 정치는커녕 '근심거리' 돼서야"
이학영 논설실장
경찰과 ‘미친개’ 논쟁을 벌이다가 수습에 진땀을 흘리는 자유한국당 모습은 정말이지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이 당 소속 울산시장 측근을 압수수색한 경찰에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낼 때부터 “어쩌려고…” 싶었다. “정권의 사냥개가 광견병까지 걸려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물어뜯기 시작했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 이후 벌어진 풍경은 코미디에 가깝다. 발끈한 경찰관들은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우리는 미친개나 사냥개가 아니라 대한민국 경찰관” 등의 팻말을 들고 릴레이 시위를 벌였다. 자유한국당의 공개 사과와 장 대변인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잇따랐다. ‘반격’의 기세에 눌린 장 대변인은 180도 말을 바꾸며 싹싹 빌었다. “깊이 사과드린다. 저는 경찰을 사랑한다.” 경찰관들은 그러나 “진정성이 없다”며 분을 풀지 않고 있다. 그의 은행계좌에 욕설의 의미를 담은 ‘18원 후원금’을 입금하고는 영수증 발급을 요구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14만 경찰’을 잘못 건드렸다가 쩔쩔매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모습을 보고 한심하다거나 분노한다는 차원을 넘어, “좌절감을 느낀다”는 사람이 많다. 국가 안위를 좌우할 국정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어쩌다가 제1야당이 이런 몰골이 됐느냐”는 탄식이 줄을 잇는다. 밖으로는 나라의 안보와 외교통상 현안이 건곤일척의 무대에 올라 있고, 안으로는 시장 생태계의 근간이 흔들리면서 경제 전반이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들 문제를 헤쳐 나갈 해법을 고민하면서 정부 여당을 감시·견제해야 할 제1야당이 골목 싸움질이나 벌이는 ‘국민의 근심거리’가 돼 버렸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채 ‘본전도 못 건질 싸움’을 걸었대서 하는 말만은 아니다. 국회의석의 3분의 1이 훨씬 넘는 116석을 보유한 거대 정당에서 존재감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자유한국당은 안보 통상 경제 사회 등 주요 국정 분야에서 정부와 여당을 제대로 견제한 게 없다. ‘일자리 정부’를 자임하는 정권이 일자리 창출을 거스르는 친(親)노조 일색의 정책을 쏟아냈지만 무엇 하나 제동을 건 게 없다. 투자 세제 고용과 경영권 행사 등에서 기업들의 숨통을 죄는 조치가 잇따르는데도 ‘팔짱 낀 시누이’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이 다 돼 가지만 다부지고 매서운 야당의 전투력을 보여준 게 없다. “약자를 보호해주겠다”는 임금 근로시간 등의 정부 정책이 시행(예고)된 뒤 영세 상공인과 취약계층에서는 “다 죽게 생겼다”는 비명이 쏟아졌다. ‘탁상행정’을 통타할 절호의 기회였지만 그냥 흘려보냈다. 정부가 부실 포퓰리즘 정책을 땜질하느라 수조원의 세금을 쏟아부을 때도 수수방관했다. 청와대와 정부 인사들이 훗날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지게 돼 있다면 함부로 하지 못했을 일이다. 더구나 기업인들이 경영활동 과정에서 쓴 돈은 먼지 털듯 들춰내 배임 횡령 등의 죄목으로 잡아넣고 망신을 준 사람들이다. 이런데도 제동다운 제동을 걸지 않는 야당을 ‘호구’로 보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정부 여당이 거칠 것 없는 ‘정책독주’를 하고 ‘자유한국당 패싱’이 공공연해진 배경이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70%대의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여당 지지율도 50%를 넘게끔 ‘콘크리트를 깔아주는 조연’ 노릇만 하고 있다.
구멍가게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려면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기본이다. ‘되는 대로’ 장사하는 사람과 탄탄하게 계획을 세우고 치열하게 실행하는 사람이 경쟁할 때 나올 결과는 뻔하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칙의 헌법 가치 존중’을 ‘우리의 사명’으로 삼는다는 자유한국당에 우선순위가 있기는 한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야당이 된 뒤 정치후원금이 확 줄어들었다.” 얼마 전 한 기업인이 자유한국당 중진의원으로부터 들었다는 얘기다. 후원금이 왜 안 들어오는지에 대한 반성은 없이 “이다음에 두고 보자”는 ‘웰빙 정치인’의 치졸한 밥투정으로 들렸다고 했다. “한 가닥 걸었던 기대마저 사그라든다”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자유한국당만의 위기가 아니다.
haky@hankyung.com
아니나 다를까, 그 이후 벌어진 풍경은 코미디에 가깝다. 발끈한 경찰관들은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우리는 미친개나 사냥개가 아니라 대한민국 경찰관” 등의 팻말을 들고 릴레이 시위를 벌였다. 자유한국당의 공개 사과와 장 대변인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잇따랐다. ‘반격’의 기세에 눌린 장 대변인은 180도 말을 바꾸며 싹싹 빌었다. “깊이 사과드린다. 저는 경찰을 사랑한다.” 경찰관들은 그러나 “진정성이 없다”며 분을 풀지 않고 있다. 그의 은행계좌에 욕설의 의미를 담은 ‘18원 후원금’을 입금하고는 영수증 발급을 요구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14만 경찰’을 잘못 건드렸다가 쩔쩔매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모습을 보고 한심하다거나 분노한다는 차원을 넘어, “좌절감을 느낀다”는 사람이 많다. 국가 안위를 좌우할 국정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어쩌다가 제1야당이 이런 몰골이 됐느냐”는 탄식이 줄을 잇는다. 밖으로는 나라의 안보와 외교통상 현안이 건곤일척의 무대에 올라 있고, 안으로는 시장 생태계의 근간이 흔들리면서 경제 전반이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들 문제를 헤쳐 나갈 해법을 고민하면서 정부 여당을 감시·견제해야 할 제1야당이 골목 싸움질이나 벌이는 ‘국민의 근심거리’가 돼 버렸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채 ‘본전도 못 건질 싸움’을 걸었대서 하는 말만은 아니다. 국회의석의 3분의 1이 훨씬 넘는 116석을 보유한 거대 정당에서 존재감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자유한국당은 안보 통상 경제 사회 등 주요 국정 분야에서 정부와 여당을 제대로 견제한 게 없다. ‘일자리 정부’를 자임하는 정권이 일자리 창출을 거스르는 친(親)노조 일색의 정책을 쏟아냈지만 무엇 하나 제동을 건 게 없다. 투자 세제 고용과 경영권 행사 등에서 기업들의 숨통을 죄는 조치가 잇따르는데도 ‘팔짱 낀 시누이’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이 다 돼 가지만 다부지고 매서운 야당의 전투력을 보여준 게 없다. “약자를 보호해주겠다”는 임금 근로시간 등의 정부 정책이 시행(예고)된 뒤 영세 상공인과 취약계층에서는 “다 죽게 생겼다”는 비명이 쏟아졌다. ‘탁상행정’을 통타할 절호의 기회였지만 그냥 흘려보냈다. 정부가 부실 포퓰리즘 정책을 땜질하느라 수조원의 세금을 쏟아부을 때도 수수방관했다. 청와대와 정부 인사들이 훗날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지게 돼 있다면 함부로 하지 못했을 일이다. 더구나 기업인들이 경영활동 과정에서 쓴 돈은 먼지 털듯 들춰내 배임 횡령 등의 죄목으로 잡아넣고 망신을 준 사람들이다. 이런데도 제동다운 제동을 걸지 않는 야당을 ‘호구’로 보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정부 여당이 거칠 것 없는 ‘정책독주’를 하고 ‘자유한국당 패싱’이 공공연해진 배경이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70%대의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여당 지지율도 50%를 넘게끔 ‘콘크리트를 깔아주는 조연’ 노릇만 하고 있다.
구멍가게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려면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기본이다. ‘되는 대로’ 장사하는 사람과 탄탄하게 계획을 세우고 치열하게 실행하는 사람이 경쟁할 때 나올 결과는 뻔하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칙의 헌법 가치 존중’을 ‘우리의 사명’으로 삼는다는 자유한국당에 우선순위가 있기는 한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야당이 된 뒤 정치후원금이 확 줄어들었다.” 얼마 전 한 기업인이 자유한국당 중진의원으로부터 들었다는 얘기다. 후원금이 왜 안 들어오는지에 대한 반성은 없이 “이다음에 두고 보자”는 ‘웰빙 정치인’의 치졸한 밥투정으로 들렸다고 했다. “한 가닥 걸었던 기대마저 사그라든다”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자유한국당만의 위기가 아니다.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