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스나이퍼 전략'… 亞도 프리미엄 제품 먹힌다
LG전자는 그동안 아시아 지역을 ‘프리미엄 시장’이라 부르지 않았다. 고가 제품을 팔기엔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였다.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신(新)남방정책의 핵심 지역인 아시아 지역의 매출이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해당 지역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지역 특화 제품을 출시한 것이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탁기 에어컨 등 기존의 프리미엄 제품 외에 ‘공기청정기, 무선청소기, 스타일러’ 등 신 가전 3인방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것도 주효했다.

LG전자가 지난달 21일 대만 신베이시에 개점한 프리미엄 브랜드숍에서 한 고객이 퓨리케어 공기청정기를 살펴보고 있다.  /LG전자 제공
LG전자가 지난달 21일 대만 신베이시에 개점한 프리미엄 브랜드숍에서 한 고객이 퓨리케어 공기청정기를 살펴보고 있다. /LG전자 제공
환경 문제도 가전으로 해결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 LG전자가 올린 매출은 6조5000억원에 달한다. 2015년 대비 11% 증가했다. 한국, 북미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매출을 올리는 지역이다. 일반 세탁기와 냉장고가 아니라 프리미엄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아시아 지역에서 세탁기 두 대가 연결된 트윈워시 매출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도 인도와 대만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두 제품은 각각 200만원, 100만원대의 고가 제품이다.

실적 개선의 주 요인은 아시아 지역 고객들의 구매력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아시아 지역에 특화된 ‘맞춤형 제품’을 선보인 것이 주효했다. 모기가 많은 동남아 지역에는 모기 퇴치 기능을 적용한 에어컨과 TV를 출시했다. 모기가 싫어하는 30~100㎑(킬로헤르츠) 주파수의 초음파로 모기를 쫓거나 활동을 저하시키는 제품이다.

아시아 지역의 환경 문제를 가전으로 해결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특히 대기와 수질 오염 문제가 심각한 인도 시장에 주력했다. 중산층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가전에 대한 수요를 확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14년 국내 업체 중 처음으로 인도 정수기 시장에 진출한 LG전자는 현지 상황에 맞게 필터 기능을 강화했다. 수질 오염이 심각한 만큼 박테리아, 바이러스, 중금속 냄새 등을 없애주는 5단계 필터 시스템을 도입했다. 수돗물이 깨끗한 한국 제품은 필터가 2개면 충분하다. 화석연료 의존도가 70%에 달하는 등 공기질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고려해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도 지난해 첫 해외 시장 진출지로 인도를 선택했다.

LG '스나이퍼 전략'… 亞도 프리미엄 제품 먹힌다
신규 가전으로 새로운 시장 창출

무선청소기, 스타일러 등 새로운 형태의 가전을 통해 신시장도 개척하고 있다. 소니, 파나소닉 등 자국산 가전 점유율이 절대적이라 ‘글로벌 가전 기업의 무덤’이라 불리는 일본 시장에서 LG전자는 의류 관리기 스타일러를 통해 재기를 노리고 있다.

백색 가전 대부분이 가전 전문 매장에서 철수한 상황에서 스타일러가 ‘깜짝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본 법인은 스타일러를 시작으로 다시 유통망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100만원에 달하는 무선 청소기 코드제로 시리즈도 지난해 대만 호주에 이어 올해 중국 일본으로 출시 지역을 넓힌다.

한국과 소비 성향이 비슷하고, 소득 수준이 높은 대만도 집중 공략한다. LG전자는 지난달 21일 대만 신베이시에 400㎡ 규모의 프리미엄 브랜드숍을 열었다. 대만에서 가장 큰 가전 매장으로, 2016년 미얀마에 아시아 최초의 프리미엄 브랜드숍을 연 뒤 두 번째로 선보이는 매장이다. 스타일러, 공기청정기 등을 포함한 건강관리 제품이 전시된 헬스케어존과 인공지능 브랜드 씽큐(ThinQ)를 적용한 제품이 전시된 사물인터넷(IoT)존으로 구성됐다. OLED TV, 트윈워시 등 프리미엄 가전을 주로 전시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