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지주회사 SK(주)가 ‘동남아시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에 투자하며 승차공유 시장에 뛰어들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주)는 그랩이 최근 추진한 20억달러(약 2조125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했다. SK(주)는 최근 이사회에 그랩 투자건을 보고했다. 지분율 10% 미만의 소수지분 투자로 정확한 투자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랩 투자에는 대주주인 일본 소프트뱅크, 중국 디디추싱 등도 참여했다.

그랩은 동남아 승차공유 시장을 이끌고 있는 기업으로 시장점유율이 75%에 달한다. 기업가치는 60억달러를 넘어 동남아의 대표적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승차공유 사업의 원조격인 우버도 동남아에서 그랩에 패해 사업을 포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그랩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를 방문해 앤서니 탄 그랩 창업자를 만나 미래 사업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올해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만나 재차 의견을 교환하는 등 친밀한 모습을 보여 SK가 승차공유 시장에 참여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SK그룹의 그랩 투자는 외국에서 4차 산업혁명과 연계된 미래형 서비스의 성장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초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전문지주사를 지향하는 SK(주)는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진행하고 있다. 그랩 투자를 통해 동남아 시장에서 승차공유 사업 경험을 쌓으면 한국에서 승차공유가 활성화됐을 때 선제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도 그랩과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초 그랩에 2500만달러(약 266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일본 자동차 브랜드가 주도하는 동남아 차량 시장에 자사 브랜드 이미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도 그랩과 전략적 제휴(MOU)를 체결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