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와 렘브란트의 수입은 높은 편이었다. 이들에게 자산관리 개념이 있었다면 더 행복한 삶을 살면서 많은 작품을 남겼을 것이다. 사진은 연극 아마데우스의 한 장면이다.
모차르트와 렘브란트의 수입은 높은 편이었다. 이들에게 자산관리 개념이 있었다면 더 행복한 삶을 살면서 많은 작품을 남겼을 것이다. 사진은 연극 아마데우스의 한 장면이다.
연극 아마데우스를 보고 금융인으로서 흥미를 느낀 부분 ‘살리에리는 왜 불행하고, 모차르트는 왜 가난한가’ 중 ‘살리에리의 불행’에 이어 ‘모차르트의 가난’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한경 BIZ School] 모차르트의 가난… 그는 비용관리에 실패했다
모차르트는 5세에 피아노협주곡, 15세에 오페라를 작곡했다. 20대에 이미 세계 최정상급 음악가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는 죽기 직전까지 빚에 시달리는 등 가난에 힘겨워했다. 시신은 빈민구역에 다른 시체들과 함께 매장돼 찾아낼 길도 없다고 한다. 드라마틱한 반전이다. 비슷한 인생을 살았던 또 다른 천재 렘브란트도 있다. ‘빛과 어둠의 화가’인 렘브란트는 20세에 직업화가의 길로 접어들었고, 30대에는 부잣집 딸과 결혼하는 등 물질적 풍요를 누린다. 그 역시 놀라운 반전이 있다. 37세에 아내를 잃고 빚 독촉에 시달렸고, 50세에 파산 선고를 받았다. 56세에는 둘째부인이, 62세에는 유일한 자식이 사망했다. 63세에는 외롭게 굶어 죽었다고 한다. 그의 장례식도 역시 초라하게 치러졌고, 그의 무덤을 기억하는 사람도 없다.

모차르트가 많은 작품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안정된 일자리를 얻을 수 없어 프로 작곡가가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렘브란트가 100점 이상의 자화상 작품을 남긴 이유는 모델을 고용할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인생은 묘하게 닮아 있다.

17세기 사람인 모차르트와 렘브란트는 21세기의 우리에게 흥미로운 성공과 실패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빛의 예술가인 그들은 왜 인생은 어둡게 마무리했는가.

고수익 모차르트·렘브란트

가난의 첫 번째 원인은 비용관리 실패에 있다. 그들의 수입은 적지 않았다. 30세 당시 모차르트의 수입은 또 다른 천재인 하이든의 세 배가 넘었다. 그의 작품인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마술피리’는 귀족들의 반대에도 나름 성공적이었다. 렘브란트도 마찬가지였다. 그에겐 수강료를 내는 많은 제자가 있었고, 유명인사들도 그의 작품을 사랑했다. 그러나 렘브란트는 사치스러웠고, 모차르트는 도박에 빠져 있었다. 아무리 버는 돈이 많아도 쓰는 돈이 더 많으면 버틸 재간이 없다. 그들은 당장의 수입에서 쓸 수 있는 비용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수입도 고려해 돈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이 팔리면 돈이 들어올 거야. 일단 사야지.” “이 오페라만 성공하면 모든 빚을 다 갚을 수 있어. 돈 좀 빌려줘.” 그들의 천재성은 오만으로 이어졌고, 나쁜 생활습관은 잘못된 돈 관리로 이어졌다.

필자는 승진이나 투자로 수익을 낸 후배가 밥을 사겠다고 하면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한다. 연봉이 20% 올랐는데, 생활비도 20% 올려서는 돈을 모을 수 없다. 투자로 돈 벌었다고 전셋집을 옮기고, 차를 바꾸면 곤란하다. 생활비 증가율이 연봉상승률을 넘어서거나 투자수익을 잘라버리면 미래를 대비하기 어렵다. 잉여자산을 만드는 것은 자산관리의 첫 번째 항목이다.

잉여자산은 어떻게 굴릴 것인가. 두 사람 모두 30세쯤에 상당한 자산을 일궜다. 이 경우는 요절한 모차르트보다 63세까지 살았던 렘브란트가 더 적합한 케이스일 듯하다. 그가 살았던 17세기 네덜란드에는 공모를 통한 자금 조달,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가 만들어지면서 자산을 운용하는 방식에 있어 예금, 채권, 주식이라는 현대적 시스템이 모두 완성되고 있었다. 렘브란트가 부르주아 후견인과 몰려드는 제자들을 통해 들어온 넘치는 현금을 금고에 넣어두지 않고 그 돈들이 일하게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자본소득 개념 알았더라면

렘브란트가 돈을 한참 벌었던 30세 무렵, 그리고 사망한 시기인 60세. 렘브란트가 30세에 3억원 정도의 자산을 가진 화가라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예금금리 2%, 채권수익률 3%, 주식수익률 5%를 가정해보자. 그러면 30년 후 그 돈의 명목가치는 5억원, 7억원, 13억원 수준으로 불어나게 된다. 물가수준을 현재 수준인 1.5%로 가정하면 예금, 채권, 주식의 실질가치는 다시 3.5억원, 4.7억원, 8.5억원 수준이 된다. 가장 극단적인 두 경우를 비교해 보면, 돈이 전혀 일을 하지 않는 경우(돈이 금고에 현금으로 존재, 매해 돈의 가치는 물가상승률만큼 하락)와 돈이 가장 열심히 일을 한 경우를 따져보면, 두 금액의 명목차이는 3억원 대 13억원, 실질차이는 2억원 대 8.5억원으로 차이가 난다.

우리의 수익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일해서 버는 근로소득이고, 또 하나는 돈이 일을 하게 하는 자본소득이다. 모차르트와 렘브란트는 잉여재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했고, 렘브란트는 성공한 화가로서 벌어들인 근로소득을 ‘자본소득’으로 바꿨어야 했다. 고령화시대인 21세기에 우리가 백 살을 산다면, 50세까지는 몸이 일하는 기간이지만 남은 50년은 돈이 일하도록 해야 한다.

최일 < 이안금융그룹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