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블루오션 시프트]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혁신의 성공은 사람에게 달려 있다. 대부분 사람은 이중적이다.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사원들이 한편으론 자기 일은 바뀌지 않기 바란다. 경영자도 별로 다르지 않다. 거대한 프로젝트를 벌이고 싶지만 실패해서 웃음거리가 될까 봐 겁낸다. 어쩌면 이것이 인간다운 모습이다.

변화 관리에 실패한 대부분의 조직은 혁신 과정에서 이런 인간적인 면모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뭔가 확실한 게 잡히지 않는 미래보다는 현재 실재하는 것에 집착하는 인간, 블루오션 시프트에선 이를 ‘인간다움(humanness)’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나약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그들이 스스로 움직이도록 만들어 줘야 혁신은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혁신은 불안하고 두려운것

현실은 어떤가. 대대적인 혁신을 추진하는 조직일수록 ‘위로부터(top-down)’ 드라이브가 걸린다. 대다수 사원이 혁신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 되고 변화를 강요받는다. 한두 번은 성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혁신이란 본질적으로 ‘영원히 끝나지 않는 여정’(잭 웰치 전 GE 회장)이기 때문에 또 다른 혁신이 이어지고 사내에 ‘혁신 피로감’이 쌓여 간다. 혁신을 자주하는 대기업이 공룡처럼 느려지게 되는 데는 이런 사연이 있다.

회사를 변화시키려면 그래서 사람을 혁신의 주체로 만드는 작업이 긴요하다. 그 출발점은 인간다움을 인정하는 것이다. 먼 미래를 보지 못하는 한계를 인정한다면 당연히 사원들에게 부담을 줄여 줘야 한다. 과제를 작고 구체적인 단계로 나눠 주는 ‘세분화’가 요긴하다. “이제까지 없었던 신사업을 찾아내라”고 하면 너무나 큰 압박이지만 “우리 상품을 사람들이 사지 않는 이유를 조사해보라”고 하면 만만한 과제가 된다.

두 번째 원칙은 ‘직접적인 발견’이다. 고객 불만을 직접 듣고, 구매 행태를 직접 체험해보는 과정에서 직원들은 혁신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끝으로 ‘공정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 혁신이 진행되는 과정에 참여시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설명해 주고, 명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해 줄 때 사람들은 공정하다고 믿고 신뢰를 보낸다.

자신감과 자부심 심어줘야

인간다움을 인정하는 바탕에서 세분화, 직접적인 발견, 공정한 절차라는 3원칙을 통해 블루오션 시프트는 인간적인 요소들을 혁신 성공의 발판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준다.

성공적인 회사는 현장의 담당자를 혁신 과정에 반드시 참여시킨다. 현장의 문제를 가장 잘 아는 담당자가 참여하니 고객 스스로도 잘 모르는 가치를 찾아내는 ‘아래로부터(bottom-up)’의 혁신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얻는 것은 한 회사 전체의 ‘창의적 역량’이다. 블루오션적인 회사가 계속해서 또 다른 블루오션을 만들어 내는 원천이기도 한 것이다.

인간다움에 주목하는 이런 회사는 평사원을 부르는 명칭부터 다르다. 시티즌M호텔에선 프런트데스크, 벨보이, 도어맨이라는 명칭 대신 홍보대사를 뜻하는 ‘앰배서더’라는 직함을 쓴다. 미국의 소매점 체인 와와에선 모든 직원을 동료를 뜻하는 ‘어소시에이트’라고 부른다. 미국의 컨테이너스토어에선 ‘파트타임 근로자’라는 말이 없다. 대신 가장 바쁜 시간에 일한다는 뜻으로 ‘프라임타임 근로자’라고 부른다. 스스로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도록 해 주는 인간적인 배려다. 이 회사에 프라임타임 근로자로 입사해 부사장까지 오른 경우도 있다. ‘정규직 대 비정규직’이라는 비겁한 프레임 아래에선 기대할 수 없는 기업 문화라고 하겠다.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