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추고 고쳐야 할 대상이었던 방언의 위상은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총독부가 서울말을 표준어로 정하면서 서울말과 지방어 사이에 위계가 생겼다. 이후 산업화 시기를 거치면서 강력한 중앙집권제를 뒷받침할 언어 통일의 필요성이 커졌다. 1989년 정부는 표준어를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라고 규정했다. 방언은 교정해야 할 말, 공식적이지 않은 언어로 분열과 비능률의 상징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언은 일상어로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저자는 근현대사의 격랑과 호흡을 함께 해온 방언의 흥망성쇠를 추적했다. 일제강점기 소설에서부터 최근 드라마와 영화 가요에 이르기까지의 방대한 자료를 통해서다. 사회는 언어에 영향을 미치고 언어는 사람들의 사고를 규정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를 기반으로 획일화된 가치를 강요하는 우리 사회에 일침을 가한다. 다름이 차별이 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은 일상의 언어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장승철 지음, 창비, 272쪽, 1만6000원)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