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원장 "성차별 여부
금융사 경영평가에 반영"
정현백 여가부 장관
"채용 단계별 성비 공개" 요청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오른쪽)이 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김기식 금감원장과 금융권 성차별 채용비리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hankyung.com/photo/201804/AA.16393810.1.jpg)
김기식 금감원장은 5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을 만나 “2금융권에서 (성차별 채용) 관련 제보가 들어와 조만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채용비리 의혹 조사가 은행에서 2금융권으로 확대되면서 보험사와 증권사 등 2금융권 회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채용 비리 검사 2금융권으로 확대
정 장관은 이 자리에서 “금융권 채용 때 단계별로 성비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고, 김 원장은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금융권은 여성 근로자가 다른 업종보다 많지만 관리자 비중은 적다”며 “여성 대표성(고위직) 제고 목표치를 이미 달성한 공공부문과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난 2월부터 ‘금융회사 채용비리신고센터’를 운영 중”이라며 “신고센터에서 10여 건의 2금융권 성차별 등 채용비리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해당 금융회사는 보험사, 증권사, 상호금융사 등이며 제보 내용을 검토한 뒤 곧바로 이들 회사에 대한 현장 검사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금감원 검사 방침이 알려지면서 보험사들은 서둘러 과거 채용 자료를 챙겨보고 있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은 손해사정, 보상, 영업 등 비교적 현장 업무가 많은 업종이라 여성이 들어와도 잘 버티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전략적인 판단에 따라 남녀 채용 비율을 맞춘 점이 채용비리로 적발될 가능성이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성차별 채용, 정기 평가”
김 원장은 금융회사의 성차별 채용 의혹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김 원장은 이 자리에서 “앞으로 금융권 경영진단 평가 시 고용에서 젠더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반드시 들여다보고 (문제점을)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장이 밝힌 경영진단평가의 정식 용어는 경영실태평가다. 금감원이 시행하는 건전성 검사의 일종으로 금융회사의 채용이나 인사정책 등 경영관리 전반을 들여다볼 수 있다. 금감원은 경영실태평가 결과에 따라 등급(1~5등급)을 매긴 뒤 해당 금융회사에 개선 권고·요구·명령 등 시정 조처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별로 2년에 한 번씩 경영실태평가를 받는다”며 “회사별 경영실태평가 시 성차별 문제 등 채용문제를 함께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이 이날 금감원을 찾은 것은 은행들의 성차별 채용 의혹이 연이어 드러나서다. 금감원이 지난 2일 발표한 ‘하나은행 특별검사’ 결과에선 하나은행이 2013년 임원면접에서 합격권 내 여성 2명을 탈락시키고 합격권 밖 남성 2명을 특혜 합격시킨 정황이 나왔다.
국민은행도 검찰 수사 결과 채용 과정에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사실이 적발됐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종오)는 2일 업무방해·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의 혐의로 KB금융지주의 HR총괄 상무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15~2016년 국민은행 인력지원부장을 지낸 이 임원은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남녀 성비를 맞추기 위해 남성 지원자의 서류전형 점수를 비정상적으로 높인 혐의를 받고 있다.
강경민/박신영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