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통상전쟁 빨리 끝날 수도… 트럼프 원하는 건 정치적 승리"
미국의 대표적 통상전문가인 프레드 버그스텐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명예소장(사진)은 4일(현지시간) “미·중 통상전쟁이 의외로 빨리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은 정치적 승리기 때문에 중국이 이를 충족시킬 만한 행동을 한다면 쉽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버그스텐 명예소장은 미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보를 거쳐 1981년 경제통상 전문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를 설립했다. 지난 40년 가까이 미 통상정책 분야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버그스텐 명예소장은 이날 PIIE가 연 ‘2018년 국제경제 전망’ 세미나 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와 재선을 앞둔 정치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중국에 대한 통상공세, 북핵 해결을 위한 도전 등을 단순히 통상과 안보 측면에서만 이해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도 미국에 실익이 있다고 보긴 힘들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 결과를 매우 흡족해했다고 한다”며 “그에게는 정치적 승리를 선언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버그스텐 명예소장은 “그가 만족을 모르는 기업인 출신 대통령이지만 앞으로 재선 때까지 최소 2년간은 한·미 FTA를 문제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그스텐 명예소장은 미·중 통상갈등 해결 방안과 관련, “가시적이고 확실한 물증을 안겨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항공기와 콩 구매를 늘리고 자동차시장을 개방하고, 지식재산권 침해행위에 대한 내부 단속을 강화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부분의 해결책을 ‘패키지 형태’로 내놓는 방안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한국이 다음달 발간될 미 재무부 환율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을 ‘제로’라고 말했다. 버그스텐 명예소장은 “하지만 미 재무부가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