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北외무상, 비동맹 각료회의 참석후 러시아행…우군 확보 총력전
외교현장서 美 직접 비판 피한 리용호 "전환 국면은 핵무력 덕분" 주장
北외무성 김선경 국장, EU 외교라인 두루 만나 北입장 설명에 주력한듯


북한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리용호 외무상을 비동맹 각료회의에 이어 러시아에 보내는가 하면 외무성의 김선경 유럽담당 국장을 유럽연합(EU) 본부에 급파했다.

북한은 한반도 급변 정세 속에서 우군 확보를 위해 이런 외교 총력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리용호 외무상은 5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열린 비동맹운동(NAM) 각료회의에서 "현재 조선반도(한반도) 북과 남 사이에는 화해와 신뢰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고 밝히며, 비동맹국의 지지와 연대를 요청했다.

리 외무상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세계최대의 전쟁 위험을 안고 있다며 한반도에 쏠리던 국제사회의 불안과 우려의 시선이 지지와 환영의 박수갈채로 변했다"면서 "이는 북과 남이 우리 민족끼리의 정신에서 힘을 합치면 얼마든지 북남관계(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며 자주통일의 돌파구를 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실증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전환적 국면'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룬 '국가핵무력 완성' 등이 가져온 결실"이라는 주장도 했다.

김 위원장의 구상과 의도가 현실로 펼쳐지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이와 관련해 일부 외신은 현장 영어통역을 근거로 리 외무상이 "북한과 한국의 지도자 덕분에 한반도에 통일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으나, 실제 발언은 한반도 화해 분위기를 '전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공으로 돌린 언급으로 확인됐다.

리 외무상은 '개별 적대국'의 전횡으로 국제적인 환경보호노력과 경제무역분야 국제질서가 통째로 뒤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표현은 파리기후협약과 세계무역기구를 존중하지 않은 미국을 사실상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리 외무상은 구체적으로 미국을 거명되지는 않았다.

리 외무상은 이어 "최근 꾸드스(이슬람권에서 예루살렘을 부르는 명칭)를 이스라엘의 수도로 만들려는 한 대국의 시도에 의해 중동에서도 국제적 정의는 다시금 유린됐다"고만 말했다.

이런 가운데 리 외무상은 각료회의 중 따로 이람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면담했다.

또 이란과 쿠바 등 우방 외교장관과도 잇달아 양자 회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 외무상 일행은 한국 취재진의 접근에도 우호적으로 응대했다.

전날 저녁 각료회의 숙소에 도착한 리 외무상은 연합뉴스 취재진을 향해 밝은 표정으로 촬영에 응했다.

북한 수행단은 연합뉴스 취재진에 일행의 기념촬영을 먼저 부탁하기도 했다.

이번 비동맹운동 각료회의에는 NHK와 닛폰티브이(NNN) 등 일본 공·민영 언론도 취재에 나서며 북한의 행보에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리 외무상 일행은 7일 아제르바이잔을 떠나 투르크메니스탄을 경유해 9일 모스크바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리 외무상은 모스크바 도착 다음 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회담할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이날 유럽에서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김선경 유럽담당국장은 4일 브뤼셀의 EU 본부를 방문해 외교 담당 고위 관리와 잇달아 회담하고, 이날은 EU 의장국 불가리아로 이동해 아시아 담당 국장을 만났다.

EU 대변인은 김 국장이 대외관계청의 아시아태평양국 총국장과 만나 최근 한반도 정세와 함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전망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불가리아 외교 소식통은 "김 국장이 전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공개적으로 상황을 설명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게 불가리아 외교부 당국자들의 얘기"라고 전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