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을 사흘 앞둔 STX조선해양이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인건비를 포함한 고정 비용 40% 감축 등을 담은 고강도 자구 방안에 노동조합이 동의하지 않은 데 따른 조치다. 정부와 채권단은 STX조선해양 노사가 오는 9일까지 합의된 자구계획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법정관리를 신청할 방침이다.

벼랑끝 STX조선해양 "추가 희망퇴직"
장윤근 STX조선해양 대표는 6일 담화문을 내고 “생존을 위해 고강도의 자구계획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8일 오전까지 생산직 사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협력업체로의 이직 신청을 추가로 받겠다”고 밝혔다.

STX조선해양 노사는 그동안 구조조정안을 놓고 협상해왔다. 회사 측은 생산직 근로자 695명 가운데 500여 명을 줄이는 내용의 자구안을 내놨다. 최근 희망퇴직·이직을 신청한 115명 이외에 추가로 400명 가까이 회사를 떠나야 한다는 얘기다. 노조는 “네 차례의 가혹한 구조조정에 이어 또다시 인력을 감축할 수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남은 인력 580명의 고용을 유지한 채 인건비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인력 추가 감축이 없으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통상임금 20% 삭감, 상여금 300% 삭감, 무급휴직 5개월을 시행해야 하는 만큼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1146억원의 적자를 냈다. 1475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배를 제작하기 위한 인건비와 재료비 등을 감안하면 보유 현금이 올해 안에 고갈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채권단은 보고 있다. STX조선해양 노사가 9일까지 자구계획안 합의에 실패하면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하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법원은 채권단 집회를 열고 채무 조정을 통해 STX조선해양이 갚을 수 있는 수준으로 채무를 낮춘 뒤 경영관리를 한다. 청산 결정이 내려지면 사무직을 포함해 1400여 명의 일자리가 한꺼번에 사라진다. 채권단 관계자는 “노사가 자구계획안에 합의하면 선수금 환급 보증(RG)을 통해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