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 2월 무역적자가 9년 만에 최대 규모로 확대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적자 축소를 위해 수입품에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등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무역적자는 오히려 더 늘어난 것이다.

미 상무부는 5일(현지시간) 지난 2월 무역적자가 576억달러(약 61조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경제 위기로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졌던 2008년 10월 602억달러 이후 최대 규모다.

올 1~2월 무역적자는 1143억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3% 늘었다. 수입이 9.1% 늘어난 동안 수출은 5.9% 증가에 그치면서 적자 폭이 커졌다. 수출 증가는 원유 등 원자재와 자동차·부품이 주도했고 수입은 자본재와 컴퓨터, 식품이 큰 폭으로 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의 핵심 타깃으로 삼고 있는 중국과의 교역에서도 미국은 지난 1~2월 650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작년 같은 기간(540억달러)보다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적자 확대를 통상전쟁 확전의 구실로 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무역적자에 이어 재정적자까지 확대되면 ‘쌍둥이 적자’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제 개편으로 세수는 줄어드는 반면 국방비 등 정부 지출은 늘면서 미 연방정부 재정적자는 지난해 6550억달러에서 올해 8000억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달러 가치(달러 인덱스 기준)는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8%가량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무역 규모가 아니라 적자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근시안적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리처드 페리 핸텍마켓츠 애널리스트는 “(무역전쟁을 위해) 수입을 줄이면 (상대 국가의 보복으로) 수출도 감소하고,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달러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