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올 1분기에 15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6일 발표했다. 네 분기 연속 사상 최대 영업이익 경신 행진이다. 소비자들이 삼성전자 홍보관인 ‘삼성딜라이트’에서 전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삼성전자는 올 1분기에 15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6일 발표했다. 네 분기 연속 사상 최대 영업이익 경신 행진이다. 소비자들이 삼성전자 홍보관인 ‘삼성딜라이트’에서 전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최근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 전망은 비관적이었다. 1분기가 전통적인 비수기인 데다 지난해 반도체와 함께 실적 개선을 이끈 디스플레이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기록한 영업이익(15조1470억원)을 밑돌며 신기록 행진이 3개 분기 만에 끝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삼성전자는 이런 시장의 예상을 뒤집고 6일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발표했다. 연초부터 이어진 반도체사업부문의 실적 호조 덕분이다. 2018년 첫 분기부터 ‘오답’을 써낸 증권회사들은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63조~64조원까지 상향 조정했다.
시장 예상 깬 '실적 신기록'… 삼성전자 "올 영업이익 63兆 넘길 듯"
◆더 커진 반도체 의존도

삼성전자의 사업부문별 실적은 오는 26일로 예정된 실적발표회에서 구체적으로 공개된다. 전자업계 및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올 1분기 반도체사업에서 11조~11조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했다. 11조원으로 잡더라도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의 70%에 달한다. 반도체 의존도가 지난해(연간) 65%보다 더 높아졌다.

실적에서 반도체 비중이 커진 것은 디스플레이사업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1분기 영업이익은 2000억~4000억원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 분기 영업이익 1조4100억원과 비교하면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애플 아이폰X(텐) 판매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여기에 사용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매출이 줄어든 탓이다.

아이폰X 판매 부진은 스마트폰사업을 담당하는 IM(IT·모바일)부문 실적을 대폭 끌어올렸다. 이 부문의 1분기 영업이익은 3조~4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S9의 조기 출시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작인 갤럭시S8이 작년 4월21일 판매를 시작한 것과 달리 갤럭시S9은 지난달 9일 국내 사전개통을 시작해 16일 한국 미국 등 70여 개국에 출시됐다.

업계에서는 갤럭시S9의 셀인(sell-in: 제조사가 유통업체에 판매) 물량이 1000만 대를 넘어선 데다 삼성전자가 작년 1분기보다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면서 수익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TV와 가전시장이 비수기에 진입하며 소비자가전(CE)부문 영업이익은 4000억원 안팎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올해도 순항 전망

2분기는 물론 올해 삼성전자 실적을 결정지을 키는 지난해에 이어 반도체사업부문이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 들어 반도체 수요는 당초 예상치를 뛰어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올해 반도체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8.2%에서 15%로 상향 조정했다.

스마트폰과 PC 관련 메모리반도체 수요는 둔화되고 있지만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1월 420억달러를 들여 미국 조지아에 데이터센터를 짓는다고 발표했다.

우려하던 악재들은 힘을 잃고 있다. 중국이 하반기 메모리반도체를 양산하며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공급량이 많지 않고 품질도 낮아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본 도시바 등의 신규 3차원(3D) 낸드플래시 공장 생산량도 전망치를 밑돌아 낸드 가격 하락폭이 예상보다 작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은 60조원으로 전 분기의 65조9780억원과 비교해 뒷걸음질쳤다. 디스플레이사업 부진에 원화 강세 영향이 겹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반도체와 OLED 등 부가가치가 높은 전자부품은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어 원화 가치가 높아지면 달러로 받은 물품 대금의 원화 환산 가치가 낮아진다. 올해 삼성전자 실적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노경목/이승우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