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전·현직 대통령의 이름 사용을 당내 경선 여론조사에서 허용하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후보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노무현·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내각 근무 경력이 있는 후보들은 반색한 반면 경쟁 후보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6일 회의를 열고 전·현직 대통령의 이름 사용을 당내 경선 여론조사에서 허용하기로 했다. 김현 대변인은 회의 직후 “최고위가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정부’ 등 공식 명칭 사용을 허용하기로 했다”며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관련 사항을 재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 청와대 근무자 또는 장·차관 출신에 한해 허용되며 대선 캠프 출신은 사용할 수 없다.

이번 결정으로 주요 광역단체장 후보 중 노무현·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내각에 참여했던 인사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경기지사 경선에 나선 전해철 의원(노무현 정부 민정수석)을 비롯해 인천시장 예비후보인 박남춘 의원(노무현 정부 인사수석), 광주시장 예비후보인 이용섭 전 일자리부위원장, 전남지사 후보경쟁을 벌이고 있는 김영록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신정훈 전 청와대 농업비서관이 대표적이다.

당내 경선에서 전·현직 대통령의 이름은 ‘절대반지’에 버금가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실제 수도권 광역단체장에 출마한 A후보 측은 지난달 같은 기관이 시행한 두 개의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을 넣은 여론조사에서는 2위 후보와 30%포인트 격차로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반면 청와대 경력을 뺀 조사에서는 1·2위 간 차이가 15%포인트 안팎으로 크게 줄었다.

광주시장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전 부위원장은 ‘호재와 악재’를 동시에 맞았다. 문재인 정부 일자리부위원장 직함을 사용할 수 있게 됐지만 당 지도부가 이날 2014년 탈당 경력을 들어 경선에서 10% 감산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김 대변인은 “당시 전략공천에 반발해 탈당한 것은 전체 선거에 영향을 미친 매우 중요한 사안이어서 그 부분을 감산했다”며 “다만 이후에 복당해 대선에 기여한 점을 들어 탈당자 감산 기준인 20%의 절반만 적용했다”고 말했다.

이 전 부위원장 측은 “지난 1월 열린 당무회의에서 당의 요구로 복당하면 감산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당헌을 개정했는데도 최고위가 감산을 결정한 것은 공정성을 잃은 것”이라고 반발하며 최고위의 재의결을 요구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