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까지 공연하는 뮤지컬 ‘명성황후’.
오는 15일까지 공연하는 뮤지컬 ‘명성황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오는 15일까지 공연하는 뮤지컬 ‘명성황후’는 1층 좌석의 절반 이상을 가장 비싼 VIP석(14만원)으로 지정했다. 좌우 가장자리를 제외한 극장 중앙 부분은 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좌석(1열)부터 가장 먼 좌석(16열 또는 18열)까지 모두 VIP석이다. 마지막 열에서 무대를 보면 배우가 약 2㎝ 크기로 보여 동작과 표정 등을 자세히 보기 어렵다.

뮤지컬 애호가 정모씨는 “이 공연장에서 관객이 가장 선호하는 좌석은 5~10열 정도”라며 “앞줄과 끝줄의 관람 조건이 크게 다른데 가격을 똑같이 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뮤지컬 좌석 등급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연계에 따르면 좌석 등급을 정하는 기획사(대관 업체)들은 관람 여건이 크게 차이가 나는 좌석들을 VIP석으로 묶어 같은 가격에 파는 일이 많다. 최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을 한 뮤지컬 ‘킹키부츠’는 1층 좌석의 70% 이상을 VIP석으로 지정해 팔았다. 국내 대부분 무대공연은 같은 등급의 좌석 중에서 어디에 앉을지를 관객이 직접 고른다. 때문에 돈을 많이 낸 사람이 아니라 티켓오픈 때 클릭을 빨리해 선점한 사람이 좋은 자리를 차지한다.

기획사들이 VIP석 범위를 넓게 잡는 이유는 간단하다. 최고가 좌석의 가격을 올리지 않고도 매출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VIP석 중에서 일부 좌석은 가격을 더 높이고 일부는 낮추는 식으로 차등화하는 것은 관객의 가격 저항 때문에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대형 공연은 가장 좋은 좌석의 가격을 14만~15만원으로 하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며 “사실상 최고가석 가격에 상한이 생기다보니 덜 선호하는 좌석도 VIP석으로 지정해 목표 매출을 맞출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좌석 등급과 가격 간 상관관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공연 주최 측이 관람 조건에 따라 철저하게 차등화된 가격을 매기는 브로드웨이처럼 한국도 티켓 판매의 합리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