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m가 훌쩍 넘는 거리에서 친 18번홀(파4) 버디 퍼트에 성공한 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오른 주먹을 들어올렸다. 선두 패트릭 리드(미국)를 향한 강력한 도전장처럼 보였다.

매킬로이는 8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열린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 버디 5개로 7언더파 65타를 쳤다. 중간합계 9언더파 205타로 선두 리드에게 3타 뒤진 단독 2위다. 이날 8번홀(파5)에서 멋진 칩인 이글을 기록한 매킬로이는 13번홀(파5)에서 공을 진달래 덤불 속에 빠뜨리고도 파 세이브에 성공하고 18번홀(파4)에선 공이 나무에 맞고도 버디를 기록했다. 운까지 따라주면서 매킬로이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한발 바짝 다가섰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매킬로이와 맞대결을 펼칠 리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이글 2개와 버디 4개, 보기 3개를 엮어 5타를 줄였다. 중간합계 14언더파 202타로 첫 메이저대회 우승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2타차 선두로 3라운드에 들어선 리드는 전반 9개 홀에서 2타를 줄인 뒤 후반 홀에서 불꽃타를 휘둘렀다. 13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홀 근처에 바짝 붙여 이글로 완성한 데 이어 15번홀에서도 칩인 이글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16번홀(파3)에서 스리퍼트 보기가 나오며 주춤하고 18번홀(파4)에서 아쉽게 버디 퍼트를 놓치긴 했으나 여유 있게 선두를 지켰다.

리드와 매킬로이는 2016년 미국과 유럽의 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에서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당시 최종일 싱글 매치 첫 플레이에서 리드는 유럽 최고 선수 매킬로이를 상대하겠다고 자청해 선봉에서 붙었다. 리드가 1홀차로 이겼고, 미국이 8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매킬로이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유럽선수 가운데 처음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리드는 PGA투어에서 통산 5승을 거뒀지만 메이저 대회에서는 지난해 PGA챔피언십 공동 2위가 최고 기록이다. 매킬로이는 “압박감은 리드의 몫”이라며 “리드가 많은 응원을 받고 있는데 내가 끼어들어 잔치를 망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리드는 “매킬로이는 커리어 그랜드슬램 생각을 떨칠 수 없을 것”이라고 받아쳤다.

매킬로이와 같이 이날 7타씩 줄인 리키 파울러(합계 9언더파 207타·미국), 욘 람(8언더파 208타·스페인)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3, 4위에 포진해 역전을 노리고 있다는 점도 두 사람에게는 부담이다. 헨리크 스텐손이 7언더파 5위며 토미 플릿우드, 버바 왓슨, 저스틴 토머스, 조던 스피스, 더스틴 존슨 등이 뒤를 이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