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6일 ‘일하는 방식 개혁’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일본판 ‘근로시간 단축’인 셈이다. 근로자의 연장근로 시간을 연 720시간, 한 달 기준으로는 100시간(휴일 근무시간 포함)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의회에서 통과되면 대기업은 내년 4월부터, 중소기업은 2020년 4월부터 적용받는다.

다만 한국과 달리 제도 운영이 탄력적이고 기업 재량을 인정한 대목이 눈에 띈다. 계절적 요인과 제품납기 이행 등의 사유가 발생했을 때 노사합의로 연장근로 상한(연 720시간)을 예외적으로 적용받지 않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연 소득 1075만엔(약 1억800만원) 이상 고소득 전문직도 노동시간 상한 및 잔업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획일적 근로시간 단축’에 집착하는 한국과 달리 근로자와 기업을 두루 배려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근로시간을 줄인다는 큰 줄기를 유지하면서도 기업에 재량권을 부여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소수 예외 업종을 뒀지만, 연장근로 시간을 주 12시간(연 624시간)으로 못박아 놓고 이를 위반하면 사업주를 처벌한다. 한국과 일본의 법정근로시간이 주 40시간으로 같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연간 최대 근로시간이 일본보다 98시간이나 적다. 주문이 밀릴 경우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간도 3개월에 불과하다. 그것도 근로자와 서면 합의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근로시간 유연성’을 확대하는 세계적인 추세와는 딴판이다.

미국과 싱가포르 등은 연장근로에 대한 규제 자체가 없다. 노사 자율로 연장근로 시간을 정할 수 있다. 영국은 근로자의 서면동의 시 주당 14시간 초과 근무를 허용한다. 프랑스는 주당 법정근로시간이 35시간으로 짧지만 산별·기업별 협약을 통해 연장근로 시간을 정할 수 있는 등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적용 기간도 업종에 따라 최장 1년 단위로 운영한다. 독일과 프랑스는 연장, 야간, 휴일 근로를 모아 뒀다 필요할 때 휴가로 쓰는 ‘근로시간 계좌제’를 시행 중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고급 인력 유치와 생산성 향상 등을 위해 근로 형태와 시간의 유연성이 필수적이다. 언제까지 한국만 세계적 흐름에 눈을 감고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