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4’ 회계기업들이 전통적인 수입원인 회계감사가 아닌 컨설팅 서비스를 통해 올리는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두 업무의 병행으로 생길 수 있는 이해상충 우려 때문에 감사·컨설팅 중 하나만 전담하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딜로이트, KPMG,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언스트앤영(EY) 등 4대 회계법인이 지난해 컨설팅 및 기타 자문업무로 벌어들인 매출은 2012년에 비해 44%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회계감사를 통해 올린 매출은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들은 컨설팅 부문에서 560억달러(약 59조8000억원) 매출을 올렸다. 2012년보다 170억달러 늘어난 수치다. 감사업무 매출은 470억달러로 5년 전(460억달러)과 비슷했다.

4대 회계법인의 컨설팅 부문이 이처럼 급성장함에 따라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수익성 좋은 컨설팅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이들이 핵심 업무인 회계감사에 소홀해지거나, 막대한 컨설팅 수수료를 받은 기업을 상대로 공정한 감사를 하지 못하는 이해충돌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최악의 회계부정 사건으로 꼽히는 2001년 엔론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엔론의 분식회계에 공모했던 글로벌 회계법인 아서앤더슨은 엔론에 회계감사와 컨설팅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했었다.

이 때문에 회계법인들이 감사와 컨설팅 업무 중 하나만 맡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달 영국 회계감독당국인 재무보고조사위원회(FRC)의 스티븐 허드릴 위원장은 “감사와 자문 업무를 분리하기 위해 빅4 회계법인을 분할하는 방안을 당국이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계감사만 전담하는 기업이 늘어나면 기업 책임성과 감사 서비스의 품질이 강화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빅4 기업들은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감사와 컨설팅을 병행하는 것이 고객들의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딜로이트는 성명을 통해 “회계감사만 전담하도록 하는 방안은 오히려 서비스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