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상가의 '굴욕'… 수익형 '거품' 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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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다산신도시 가보니…
8개월 지나도 60% 이상 공실
10% 할인 분양에도 '찬바람'
高분양가에 지하철 개통 늦어져
"미분양이 알짜 살 기회" 분석도
8개월 지나도 60% 이상 공실
10% 할인 분양에도 '찬바람'
高분양가에 지하철 개통 늦어져
"미분양이 알짜 살 기회" 분석도
9일 찾은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 지금지구 D주상복합 상가. 작년 8월 분양을 시작했지만 3분의 2 정도가 팔리지 않았다. 1층의 3.3㎡당 분양가(공급면적 기준)가 5000만원에 책정된 건물이다. 한 상가 전문가는 “작년 하반기부터 다산신도시 상가 분양이 본격화됐지만 마곡 미사 등 기존 지구와 달리 초반부터 흥행에 실패하는 모습”이라며 “신도시·택지지구 상가 시장의 거품이 꺼지는 신호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부자들은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 때 투자 대상을 물색한다”며 “시장 분위기의 영향을 받아 옥석 구분 없이 미분양됐을 때 알짜 물건을 할인된 가격으로 매입하는 것도 좋은 재테크 방법”이라고 말했다.
◆할인분양 4년 만에 등장
다산신도시 일대 상가분양업체와 중개업소에 따르면 다산신도시 중심상업지역과 일반상업지역에서 공급된 상가의 미분양이 적체되면서 할인분양이 일반화되고 있다. 신도시·택지지구에서 상가 할인분양이 등장한 것은 2014년 이후 4년 만이다. 서울 마곡·문정·위례, 경기 하남 미사 등에서 앞서 분양된 상가들은 분양 초기부터 순조롭게 팔려 할인분양은커녕 지속적으로 분양가를 올렸다. 그러나 시중금리 인상, 대출 규제 등이 본격화된 데다 앞서 다른 신도시에서 분양된 상가들이 대규모 공실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가 투자자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
일부 상가에선 분양 가격을 최고 10%까지 내리고 있다. 진건지구 중심상업지구에 들어설 L상가 분양 관계자는 “시행사가 직접 분양까지 담당하고 있어 가격 조정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며 “회사 측과 직접 연결해 5~10% 정도 할인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K상가 분양 관계자는 “분양 홍보 전단지를 보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5% 할인가를 제시해도 계약으로 거의 연결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상가 미분양이 좀체 줄어들지 않자 분양대행 인력들도 대거 다산신도시를 빠져나가고 있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 전언이다.
◆“분양가 비싸” 지적도
이날 만난 다산신도시 진건지구 일대 분양 대행업체들은 상가를 분양받으면 연 5.5~6%의 임대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진건지구 B상가 1층 전용면적 37㎡ 분양가는 10억4600만원에 달한다. 매달 임대료로 479만~523만원을 받아야 가능한 수익률이다. 그러나 위례 등에서 공급된 비슷한 상가 중에선 임대료로 월 200만~300만원밖에 못 받는 곳이 수두룩하다. 2년째 공실로 남아 있는 상가도 부지기수다. 이만한 임대료를 주고 입점할 수 있는 업종이 제한적인데 공급이 너무 많은 까닭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다산신도시 상가 분양 가격(1층 기준)은 3.3㎡당 평균 4407만원 수준이다. 앞서 개발을 시작한 미사신도시의 평균 가격(3582만원)에 비해 1000만원가량 비싸다.
한 상가 전문가는 “지하철 역세권 등 목이 좋은 일부 입지를 제외하고는 월 500만원에 가까운 임대료를 받기 어렵다”며 “분양업체들이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미사·위례에서 분양에 성공한 시행사들이 앞다퉈 비싼 가격에 분양가를 책정했지만 투자자들도 앞선 신도시 상권 형성 과정을 보면서 충분히 학습했다”며 “투자자들은 당장 신도시 상가를 분양받는 것보다 상권 형성 과정을 조금 더 지켜본 뒤 들어가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외부 수요 유입 한계”
외부 수요 유입이 어려워 상권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산신도시는 진건지구와 지금지구로 나뉘어 있다. 두 지구는 향후 신설될 지하철 별내선으로 연결되지도 않는다. 사실상 생활권이 분리돼 외부 수요가 유입하거나 다른 지구 거주자의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 지하철 개통이 늦어지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 구간 공사가 지연되면서 별내선 개통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기가 늦춰져 2023년 중순 정도에 개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확실한 시기를 확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별내선은 서울 강동구 암사역에서 경기 남양주 별내역을 잇는 광역철도 노선이다. 당초 2022년 개통 예정이었다.
미분양이 장기화돼도 상가 공급업체는 분양가를 큰 폭으로 낮추기가 쉽지 않다. 땅을 너무 비싸게 매입해서다. 지난해 4월 경기주택공사가 공급한 다산신도시 진건지구 내 상업용지 최고 낙찰가율은 346%를 기록했다. 감정가격의 3.4배에 낙찰됐다는 의미다. 지난달 진건지구 내 상업용지 7필지의 평균 낙찰가율도 261%를 기록했다. 3.3㎡당 평균 낙찰가도 4560만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부자들은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 때 투자 대상을 물색한다”며 “시장 분위기의 영향을 받아 옥석 구분 없이 미분양됐을 때 알짜 물건을 할인된 가격으로 매입하는 것도 좋은 재테크 방법”이라고 말했다.
◆할인분양 4년 만에 등장
다산신도시 일대 상가분양업체와 중개업소에 따르면 다산신도시 중심상업지역과 일반상업지역에서 공급된 상가의 미분양이 적체되면서 할인분양이 일반화되고 있다. 신도시·택지지구에서 상가 할인분양이 등장한 것은 2014년 이후 4년 만이다. 서울 마곡·문정·위례, 경기 하남 미사 등에서 앞서 분양된 상가들은 분양 초기부터 순조롭게 팔려 할인분양은커녕 지속적으로 분양가를 올렸다. 그러나 시중금리 인상, 대출 규제 등이 본격화된 데다 앞서 다른 신도시에서 분양된 상가들이 대규모 공실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가 투자자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
일부 상가에선 분양 가격을 최고 10%까지 내리고 있다. 진건지구 중심상업지구에 들어설 L상가 분양 관계자는 “시행사가 직접 분양까지 담당하고 있어 가격 조정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며 “회사 측과 직접 연결해 5~10% 정도 할인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K상가 분양 관계자는 “분양 홍보 전단지를 보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5% 할인가를 제시해도 계약으로 거의 연결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상가 미분양이 좀체 줄어들지 않자 분양대행 인력들도 대거 다산신도시를 빠져나가고 있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 전언이다.
◆“분양가 비싸” 지적도
이날 만난 다산신도시 진건지구 일대 분양 대행업체들은 상가를 분양받으면 연 5.5~6%의 임대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진건지구 B상가 1층 전용면적 37㎡ 분양가는 10억4600만원에 달한다. 매달 임대료로 479만~523만원을 받아야 가능한 수익률이다. 그러나 위례 등에서 공급된 비슷한 상가 중에선 임대료로 월 200만~300만원밖에 못 받는 곳이 수두룩하다. 2년째 공실로 남아 있는 상가도 부지기수다. 이만한 임대료를 주고 입점할 수 있는 업종이 제한적인데 공급이 너무 많은 까닭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다산신도시 상가 분양 가격(1층 기준)은 3.3㎡당 평균 4407만원 수준이다. 앞서 개발을 시작한 미사신도시의 평균 가격(3582만원)에 비해 1000만원가량 비싸다.
한 상가 전문가는 “지하철 역세권 등 목이 좋은 일부 입지를 제외하고는 월 500만원에 가까운 임대료를 받기 어렵다”며 “분양업체들이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미사·위례에서 분양에 성공한 시행사들이 앞다퉈 비싼 가격에 분양가를 책정했지만 투자자들도 앞선 신도시 상권 형성 과정을 보면서 충분히 학습했다”며 “투자자들은 당장 신도시 상가를 분양받는 것보다 상권 형성 과정을 조금 더 지켜본 뒤 들어가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외부 수요 유입 한계”
외부 수요 유입이 어려워 상권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산신도시는 진건지구와 지금지구로 나뉘어 있다. 두 지구는 향후 신설될 지하철 별내선으로 연결되지도 않는다. 사실상 생활권이 분리돼 외부 수요가 유입하거나 다른 지구 거주자의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 지하철 개통이 늦어지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 구간 공사가 지연되면서 별내선 개통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기가 늦춰져 2023년 중순 정도에 개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확실한 시기를 확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별내선은 서울 강동구 암사역에서 경기 남양주 별내역을 잇는 광역철도 노선이다. 당초 2022년 개통 예정이었다.
미분양이 장기화돼도 상가 공급업체는 분양가를 큰 폭으로 낮추기가 쉽지 않다. 땅을 너무 비싸게 매입해서다. 지난해 4월 경기주택공사가 공급한 다산신도시 진건지구 내 상업용지 최고 낙찰가율은 346%를 기록했다. 감정가격의 3.4배에 낙찰됐다는 의미다. 지난달 진건지구 내 상업용지 7필지의 평균 낙찰가율도 261%를 기록했다. 3.3㎡당 평균 낙찰가도 4560만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