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9일 오후 2시45분

국내 3위 생명보험사인 교보생명의 주식시장 기업공개(IPO)가 올해도 무산됐다. 이로써 2012년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을 재무적 투자자(FI)로 끌어들이면서 약속했던 상장 시한을 3년 이상 지키지 못하게 됐다.

[마켓인사이트] 교보생명 IPO 올해도 무산
교보생명 관계자는 9일 “새 보험회계기준인 IFRS17 도입 때 필요한 자본확충 규모와 방식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연내 IPO를 못하게 됐다”며 “상장도 여러 가지 자본확충 방안의 하나일 뿐 확정 짓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2012년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 인수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IMM PE, 베어링PE,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FI들에 2015년 9월까지 주식시장에 상장하겠다고 약속했다.

IPO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신창재 회장이 지분을 되사주는 풋옵션 계약도 체결했다. 이 때문에 2015년 이후 교보생명은 매년 ‘올해의 IPO 대어’로 꼽혀왔다.

교보생명은 IFRS17을 도입할 때 필요한 자본 규모와 대응 전략 등을 검토하기 위해 지난 2년간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CS) JP모간 NH투자증권 등으로부터 컨설팅을 받았다. 이 증권사들을 상장 주관사로 전환하기만 하면 주관사 선정 과정을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상장하겠다는 결정만 하면 상장예비심사 등을 거쳐 연내 상장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게 증권업계 분석이다.

하지만 교보생명이 당분간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교보생명 경영진은 필요한 자본 규모가 정확히 얼마인지 확인한 후 상장을 추진하는 편이 낫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IFRS17의 세부 사항을 담은 가이드라인은 내년 말에야 확정된다. 또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ING생명 등 상장된 생명보험사들의 주가가 최근 20% 이상 하락해 상장 시기를 놓쳤다는 얘기도 나온다.

상장을 하면 신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36.93%에서 30% 초반대로 희석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통상 30% 초반대 지분율은 경영권을 지키기에 부족한 수준은 아니지만 FI 비중이 높은 것이 변수다. 치열한 몸집 불리기 경쟁을 벌이는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타깃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정영효/이고운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