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이 프랑스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을 고급 주택 전문 건설사인 상지카일룸(옛 상지건설)에 매각한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 기업금융(IB)부문 대표를 맡던 2008년 1100억원을 투입한 사업장을 10년 만에 원리금의 절반도 못 건지고 헐값에 처분하는 셈이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코스닥 상장사인 상지카일룸과 최근 프랑스 보솔레이 사업장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매각가격은 500억원 미만으로 알려졌다.
보솔레이는 지중해 최고급 휴양지인 모나코를 둘러싼 지역이다. 프랑스 동남부 해안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대규모 아파트 부지다. NH투자증권은 NH농협금융그룹에 합병되기 전인 2008년 우리투자증권 시절 유안타증권(옛 동양종금증권) 상지카일룸 등과 약 1100억원을 투자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사업이 좌초됐다.
보솔레이 사업은 2014년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로 NH투자증권이 농협금융지주에 인수되는 과정에서도 주목받았다. 유안타증권 등 NH투자증권에 돈을 댄 대주단이 사업 좌초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내면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어서였다. 결국 ‘판결 결과 100억원 이상을 손해배상금으로 물어주게 될 경우 원주인인 우리은행이 대납한다’는 특별면책 항목을 계약서에 넣고서야 NH투자증권 매각이 성사됐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부터 김정호 전략투자본부장(상무)을 책임자로 임명해 보솔레이 부실채권 재매각작업을 벌여왔다. 작년 10월 말 본입찰에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그룹 등 해외 자산운용사 4곳이 참여했다. NH투자증권은 이 중 한 곳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협상을 벌였지만 가격차로 인해 매각에 실패했다.
결국 대주단 가운데 한 곳이던 상지카일룸이 싼값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NH투자증권은 10년 이상 ‘앓던 이’를 빼내게 됐다. 상지건설은 작년 12월 코스닥 상장사 포워드컴퍼니스와 합병하면서 회사 이름을 상지카일룸으로 바꿨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