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준비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북한과 미국의 정보당국이 정상회담과 관련해 비공식 접촉 중이란 사실이 알려진 데 이어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논의할 뜻을 미국에 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로이터통신 등은 8일(현지시간) 미 정부 관리를 인용해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김정은(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고자 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북·미 실무자들이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비밀 접촉 중이란 CNN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의 일이다. 로이터통신은 “평양 측은 북·미 비밀 접촉에서 정상회담 개최 의사에 대해서도 직접 미국에 알렸다”고 전했다.

미국 언론들은 북한이 직접 미국에 비핵화 협상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WSJ는 “북·미 정상회담의 장애물을 제거해 길을 터 줬다”며 “김정은이 정상회담에 전념하고 있다는 확신을 트럼프 행정부에 심어줬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성사될 것이란 전망 가능성을 높이는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북·미 간 비핵화 개념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는 점에서 회담의 실제 성사 여부와 결과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다. WSJ는 “북한이 상정하는 비핵화 시간표가 트럼프 행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을 뛰어넘는 장기적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한미군 철수를 비롯해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 가능성이 있으며, 핵 검증 작업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로이터통신은 “북한이 수년간 주한미군 철수,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핵무기 보유국이 핵을 갖지 않은 동맹국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 철회 등을 핵 포기의 선제 조건으로 내세운 상황에서 비핵화를 어떻게 정의할지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은 취임 전날인 8일 자신의 트위터에 “내일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업무를 시작한다. 트럼프 대통령 및 그의 팀과 함께 이 도전적 시기에 미국을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게 지키기 위한 일을 하게 되는 것을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전임자인 허버트 맥매스터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떠나는 맥매스터의 앞날에 모든 일이 잘되길 바란다. 그는 진정한 리더였으며 애국자였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외교·안보 부문 ‘슈퍼 매파’로 손꼽혀 온 볼턴은 안보보좌관 내정 후 과격한 언행은 자제해 왔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마이클 앤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이 백악관을 수주일 안에 떠날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앤턴 대변인은 조만간 힐즈데일대 강사 겸 저술가로 활동할 계획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앤턴 대변인의 사임 결정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말밖에 할 말이 없다’는 인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