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파격적인 감세정책으로 미 기업의 인수합병(M&A)도 크게 늘었다. M&A 자금 조달이 쉬워진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다. 법인세 인하로 이익이 증가한 데다 해외에 보유한 현금을 미국으로 들여올 때 적용하는 세율도 낮아져서다.

시장정보 제공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 1~3월 글로벌 M&A 규모는 1조1167억달러(약 1191조원)로 1분기 실적으로는 사상 최대였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47%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년 1분기 1조840억달러보다도 300억달러 이상 많았다.

이 중 미국 기업들이 발표한 M&A 규모는 3250억달러(약 347조원)로 2000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 대형 보험사인 시그나가 익스프레스 스크립츠를 670억달러에 사들인 게 대표적이다. 케이블TV 방송사 컴캐스트는 영국 위성방송 스카이 인수에 221억파운드(약 33조2500억원)를 베팅했다.

월마트는 건강보험회사 휴매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M&A도 4727억달러 규모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0% 증가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도 감세정책에 힘입어 확보한 현금 290억달러로 M&A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저금리 시대가 끝나가고 있는 점도 M&A가 증가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미국 이익단체인 ‘세금 개혁을 위한 미국인들’의 9일 집계에 따르면 법인세 감세 이후 505개 기업이 신규 투자, 임직원 급여 인상, 보너스 지급 등을 발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덤 미셸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세제 개혁을 통해 미국 기업들이 다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