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직원들이  2.1㎓ 대역을 활용하는 LTE(4세대 이동통신) 기지국을 점검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 직원들이 2.1㎓ 대역을 활용하는 LTE(4세대 이동통신) 기지국을 점검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내년 3월 세계 첫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 상용화를 앞두고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통신 3사 간 5G 주파수 확보 전쟁이 시작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19일 공청회를 열어 5G 주파수 할당계획과 경매 일정을 공개한다. 다음달 초에는 주파수 할당 공고를 낼 계획이다. 주파수 경매는 6월 중순께 열린다.

주파수 경매는 2011년, 2013년, 2016년 이후 이번이 네 번째다. 이번 경매에 나오는 주파수 대역의 예상 낙찰금액은 3조원 이상으로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통신망 운영 효율성 및 데이터 송수신 품질과 직결되는 ‘알짜’ 주파수 대역을 확보하기 위해 3사가 각자 셈법에 따라 공격적인 베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주파수 경매 첫 도입

주파수는 전파가 공간을 이동할 때 1초 동안 진동하는 횟수다. 1㎓는 1초에 10억 번 진동한다는 뜻이다. 높은 주파수 대역은 멀리 가지 못하지만 한 번에 많은 정보를 실어나를 수 있다. 대신 신호를 멀리 보내기 위해 기지국을 촘촘히 세워야 한다. 낮은 주파수 대역은 잘 휘어 먼 거리를 가지만 전송 가능한 데이터 양이 적다. 과거에는 먼 거리를 가는 저주파 대역(800~900㎒)이 황금주파수로 불렸지만, 현재는 광대역 기술 도입으로 많은 데이터를 실어나르는 중·고주파 대역이 선호된다.

각 통신사 사정에 따라 선호하는 주파수가 다르기도 하고 때로는 원하는 주파수가 겹칠 때도 있다. 한정 자원인 주파수는 정부가 방송·통신·공공용으로 나눠 관리한다. 2G(2세대) 3G(3세대) 통신용 주파수는 정부가 통신사의 사업 계획서를 사전 심사해 적합한 곳에 할당하는 방식이었다. 경매가 도입된 것은 2011년 8월 LTE(4세대)용 주파수를 분배하면서다. 한정된 자원인 주파수의 가치(가격) 산정을 시장에 맡기고, 투명하게 나눠주자는 게 경매제 도입의 기본 취지다.
◆‘승자의 저주’ 걱정하는 통신사

올해 경매에선 내년 5G 상용화 서비스에 사용될 주파수를 분배한다. KT는 내년 3월 세계 최초의 5G 상용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내년 상반기에 5G 서비스를 시작한다.

2011년(1조6615억원) 2013년(2조4289억원) 2016년(2조1106억원) 등 지난 세 차례 주파수 경매에서 정부가 거둬들인 금액(주파수 낙찰금액)은 6조2010억원에 달한다. 통신사들이 정부에 내는 낙찰대금은 45 대 55 비율로 방송통신발전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으로 각각 귀속된다.

이번 경매에 나오는 주파수 대역은 3.5㎓와 28㎓다. 경매 공급 대역폭은 각각 300㎒와 3㎓로 예상된다. 대역은 일종의 도로, 대역폭은 도로의 너비다. 업계가 예상하는 주파수 대역의 최저 입찰가격 총액은 3조원이다. 이는 최저입찰가격일 뿐 3사의 베팅 경쟁이 불붙으면 낙찰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2011년 경매 때는 SK텔레콤과 KT가 1.8㎓ 대역(20㎒폭)을 놓고 86라운드까지 가는 전쟁을 치렀다. KT가 마지막에 백기를 들면서 SK텔레콤이 최저 입찰가(4455억원)보다 두 배 높은 9950억원에 가져갔다. 2013년 경매에선 절치부심한 KT가 1.8㎓ 대역 확보를 위해 돈을 쏟아부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공동 전선을 구축해 KT를 견제했지만 역부족이었다. KT는 최저 입찰가격(2888억원)의 세 배가량인 9001억원에 주파수를 따갔다.

◆3.5㎓ 대역 놓고 3사 신경전 ‘팽팽’

주파수 경매는 경쟁 원리에 따라 공공 자원인 주파수를 분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경매가 과열되면 주파수 가격이 적정 가격 이상으로 치솟고 과도한 낙찰비용을 지출한 회사는 경영 부담을 지게 된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다. 이 같은 경영 부담이 통신요금 인상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을 우려도 있다.

정부는 올해 주파수 경매방식을 기존 단순 동시오름입찰(50라운드)에서 무기명 블록경매(CCA)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CCA는 주파수 대역을 잘게 블록으로 쪼갠 뒤 ‘조합 입찰’이 가능하게 하는 식이다. 주파수 블록의 개수와 위치까지 정해 입찰할 수 있다.

통신 3사는 CCA 방식 도입에 대비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5G 전국망 구축에 사용할 3.5㎓ 대역의 블록 수 산정이 최대 쟁점이다. 이동통신 2·3위 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는 3.5㎓ 대역의 300㎒ 대역폭을 100㎒씩 나눠 3사가 균등하게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비해 1위 SK텔레콤은 대역폭을 100㎒ 단위 이하 블록으로 쪼갠 뒤 한 회사가 여러 개 블록을 낙찰받아 100㎒ 이상의 대역폭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가입자가 많아 더 넓은 주파수 대역폭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이면에는 돈을 더 내서라도 5G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