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사내 매도금지 요청 후에도 직원들 주식 매도
직원 16명 대기발령…애널리스트 포함 '충격'
배당입력 오류 하루동안 발견 안돼… 위기대응도 37분 걸려
삼성증권의 주식배당 입력 오류가 하루 동안 내부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증권이 배당 착오 오류를 인지하고 주문을 차단하는 데까지도 37분이 걸려 위기대응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심지어 삼성증권이 사태 파악 후 매도금지를 요청한 뒤에도 주식을 매도해 직원들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드러냈다.

해당 직원 16명은 대기발령이 났다.

이 중에는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애널리스트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증권 배당 담당 직원이 지난 5일 주식배당을 잘못 입력한 뒤 최종 결재자인 팀장이 이를 확인하지 않은 채 승인했고 다음 날인 6일 오전까지도 오류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 상태에서 대규모 주식착오 입고 사태가 발생해서 내부통제의 허점을 드러냈다.

또 삼성증권이 6일 오전 9시 31분 자체적으로 입력 오류를 인지하고 오전 10시 8분 잘못된 주문을 차단하는 데까지 37분이 걸리기도 했다.

삼성증권의 일부 직원은 회사의 경고메시지가 뜨고 매도금지 요청 뒤에도 잘못 입고된 주식을 주식시장에 내다 팔아 심각한 도덕적 해이도 발생했다.

금감원은 아직 삼성증권의 매도금지 요청 후 주식을 내다 판 직원 수와 주식 규모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별점검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은 좀더 파악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6일 오전 9시 30분 우리사주 조합원인 직원 2천18명에게 현금 배당 28억1천만원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담당 직원의 전산입력 실수로 삼성증권 주식 28억1천만주를 입고했다.

이후 직원 16명이 당일 오전 9시 35분∼10시 5분 사이에 잘못 입고된 주식 중 501만주를 주식시장에서 매도했고 삼성증권 주가가 한때 전일 종가 대비 약 12%가량 급락(3만9천800원→3만5천150원)했다.

삼성증권은 오전 9시 39분에 직원에게 사고 사실을 전파한 뒤 오전 9시 45분에 착오 주식 매도금지를 공지하고 오전 10시 8분에 시스템상 전체 임직원 계좌에 대해 주문정지 조치했다.

또 오전 10시 14분에는 착오주식의 입고를 취소하고 배당금 입금으로 정정조치도 완료했다.

이후 일부 직원의 주식 매도에 대한 10일 결제 이행에 대비해 기관투자자에게서 주식 약 241만주를 차입했고 낮 12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 사이에 약 260만주를 장내 매수했다.

삼성증권은 주식을 내다 판 직원 16명에 대해서는 이날 대기발령 조치했고 이후 감사를 통해 직원들에 대한 문책을 결정할 계획이다.

주식을 매도한 직원 중에는 삼성증권의 애널리스트가 포함돼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애널리스트는 투자자에게 시장과 기업들의 상황을 철저히 분석해 올바른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이런 애널리스트가 시장에 혼란을 주는 일에 가담한 것이다.

이번 삼성증권 사태에서는 우리사주 배당 입력시스템의 문제와 주식거래시스템상 한계가 그대로 노출되기도 했다.

우리사주 조합원에 대한 현금배당은 일반주주와 달리 예탁결제원을 거치지 않고 발행회사가 직접 업무를 처리함에 따라 삼성증권을 비롯한 상장 증권사는 실제 발행되지 않은 주식이 잘못된 입력으로 입고될 수 있는 시스템상 문제가 드러났다.

특히 삼성증권의 경우 발행회사로서의 배당업무와 투자중개업자로서의 배당업무가 동일한 시스템을 통해 이뤄져 언제든 시스템상 오류가 발생할 개연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삼성증권이 발행회사로서의 배당업무와 투자중개업자로서의 배당업무를 분리하고 서로 장벽을 둬야 했는데 이것을 하나로 처리하는 시스템상의 문제가 있었다"며 "다른 증권사들도 이런 문제가 발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발행주식 수(8천900만주)를 약 31배 초과하는 수량(28억1천만주)의 주식 물량이 입고되어도 시스템상 오류가 확인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발행되고 매매 체결까지 이뤄지는 등 주식거래시스템 전반에 심각한 문제가 발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