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의 B급 전략실-GS 편]문래동에서 홈쇼핑의 미래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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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영 환경이 하루게 바뀌고 있다.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졌고 사물인터넷(IoT) 등 인공지능(AI) 서비스가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다. 어제의 성공이 내일의 성공이 아닌 시대다. 혁신하기 위해 실험에 나서는 기업들이 시선을 빼앗고 있다. <한경닷컴>은 새로운 실험을 통해 '100년 기업'을 가꾸려는 사람과 조직을 만나 보기로 했다.[편집자주]
"'이 팀(team)과 동업할 생각이 드는가'란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투자해도 된다." - 워런 버핏
그의 방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책장 위에 다국적 캐릭터 피규어들이 놓여 있었고, 반대쪽 책장엔 재즈 등 수십장의 CD 음반이 여유를 풍겼다. 여러 장의 세계 지도는 제법 높은 곳에 매달려 있었다.
5년째 GS홈쇼핑의 미래 사업본부를 이끌고 있는 박영훈 전무(사진)는 후드티를 입고 나타나 악수로 첫 인사를 건넸다. 정갈한 말투와 유연한 눈빛으로 상대방을 끌어당긴 그의 임무는 동료들과 함께 GS의 '미래 사업'을 가꾸는 일이다.
GS홈쇼핑에 합류(2014년 10월)하기 전 그는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액센츄어(Accenture Korea)에서 경영컨설팅 부문 대표로 일했고, GS의 컨설팅을 맡으면서 인연을 맺었다.
GS의 미래사업부는 전세계 벤처기업에 직접 또는 간접(벤처펀드) 투자 중이고, 지난해부터 거둔 투자수익(분배금 등)으로 재투자에 나서고 있다. 여지껏 투자 기업 수는 약 380곳(간접투자 포함), 투자금액은 2700억원에 이른다.
주로 한국, 미국, 중국, 동남아시아,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다국적 포트폴리오를 짜놓고 시장리스크에 대응하고 있으며, 2015년 9월부터 베이징과 싱가포르 등지를 돌며 분기(3개월)마다 'GWG(Grow with GS)'란 네트워킹 행사를 연다. 유망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과 함께 호흡하기 위한 다양한 주제의 쇼케이스다.
▶ 컨설팅 전문기업에서 일해오다 GS에 합류했다.
"컨설턴트가 클라이언트(고객) 기업으로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도 그런 경우다. 당시 GS의 경영진이 홈쇼핑 사업을 포함한 여러 사업의 도전과 한계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강했고, 나 역시 이러한 요구에 동의했기 때문에 GS에 합류하게 됐다. GS홈쇼핑은 과거 20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왔지만, 기술적인 면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쉴 새 없이 변화에 적응하는 시기다. GS홈쇼핑의 미래 사업부는 내부의 혁신을 도모하기 위해 꾸려졌다.
▶ 투자하기까지 과정을 듣고 싶다.
"우리는 회사에서 돈을 출자해서 만든 펀드를 운용하는 조직이 아니다. 재무적 투자자(FI)가 아니라 전략적 투자자(SI)란 얘기다. 주주와 경영진으로부터 컨센서스(합의)를 확보한 뒤 회사 내부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미래 사업부 아래 투자포트폴리오를 벤처투자팀이 꾸리고, 투자기업의 성장을 돕는 'CoE(Center of Excellency·전문가집단)'가 있다. 또 주력 사업과 연관성이 깊은 기업의 투자하는 M&A(인수·합병)실이 따로 있다. 스타트업 등엔 벤처투자팀이 투자의견을 올리면 내부 투자심사위원회가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수 백억원에 이르는 커다란 투자는 이사회의 의결이 필요하다." ▶ CoE는 별동대 조직같다.
"이 조직은 벤처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2년 전 새로 생긴 팀이다. 데이터 전문가와 정보기술(IT) 전문가 그리고 마케팅 및 UX(사용자경험)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전문가 집단이 모였다. 대기업에 다녔거나 벤처기업을 운영했고 컨설팅 경험이 풍부한 사람도 있다. 다양한 경력을 가진 팀원들이 본사와 벤처기업의 중간 경계선을 오가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 벤처기업의 성장을 돕는다. 와닿지 않는다.
"FI와 SI의 차이가 여기서부터다. 대상을 찾고 투자하는 것까지만 벤처투자팀이 담당한다. 흔히 알고 있는 벤처캐피탈(VC)과 같은 임무다. 하지만 SI는 궁극적으로 본사와 투자 포트폴리오(벤처) 간 협업과 공동 프로젝트를 계속 짜 새로운 시너지를 생성해야 한다. 기존 VC들이 할 수 없는 영역이다. 본사의 니즈(요구)를 반영하고 벤처의 장점도 키울 수 있는 독자적인 조직이 필요했다. 외부의 에코 시스템을 내부와 연결해 주는 '다리'로 보면 된다."
▶ 벤처는 무엇이 부족할까.
"CoE의 힘은 주로 스타트업 등 얼리(신생) 단계에서 십분 발휘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독보적인 기술을 뽐내거나 서비스가 훌륭하든지 일부 분야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몇몇 분야에선 약점을 노출한다. 가령 마케팅 분야를 경험한 사람이 없거나 영업력이 약한데 우리가 이런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 반면 M&A실은 이미 나온 브랜드와 제품을 가진 기업을 인수해 보다 큰 성장 전략을 세우는 곳으로 보면 된다."
▶ 외부(벤처)와 내부(본사)의 조화를 강조하고 있다.
"대기업이 가진 한계가 있다. 워낙 조직이 잘 짜여져 있어서 업무 효율이 높은 대신 새로운 것을 시도할 만한 여유가 없다. 혁신적인 일을 시도하려면 업무적·심적 여유가 동시에 필요한데 대기업은 오래 기다려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밥을 지을 때 뚜껑을 자주 열어보면 안 된다. 같은 이치인데 대기업은 조직적으로 어려운 여건이다. 그래서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가져오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 필요하다."
▶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한 '장치'가 벤처투자다?
"그렇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강력한 장치가 바로 투자다. 벤처투자는 중간에 마음대로 엑시트(자금회수)하기 어렵다. 상당 기간 동안 같이 숨을 쉬어야 한다. 우리 같은 SI는 투자해서 돈을 많이 벌자는 데 주요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투자를 통해 외부의 혁신 요소들을 내부화하자는 게 투자의 핵심 이유다. 대기업은 일종의 성(城)과 같다. 그러나 소비자와 사용자의 니즈는 성문 밖에 있다. 우리 사업부의 임무는 곧 현장에 나갔다 돌아와 내부 혁신을 일으키는 것이다."
▶ GWG(Grow with GS)란 다국적 행사가 두 번째 '장치'일까.
"오픈 이노베이션을 실현하기 위한 네트워킹 행사로 이해해도 좋다. 내부와 외부를 소통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 중 하나다. 이 행사는 3년째 진행 중인데 분기마다 매년 3~4차례 중국과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열고 있다. 행사의 주제는 매번 다른데 오직 스타트업을 포함한 벤처들 간 네트워킹을 위한 행사일 경우엔 우리가 투자한 벤처들이 대거 오고 단순한 쇼케이스라면 동남아시아 VC들을 초청해 벤처기업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작년엔 '펫 데모데이'로 데모 제품과 사업 모델을 한꺼번에 보고 아이디어를 나누기도 했다." ▶ '투자 배분'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포트폴리오 구성의 방향키는 미래 사업부가 아니라 회사가 잡고 있다. 우리는 투자 전략을 세우고 주주와 경영진으로부터 컨센서스를 얻어낸다. 투자 전략을 짜는 단계는 먼저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7~8가지 투자 분야를 정해서 어느 단계(얼리·시리즈A·IPO직전 등)에서 할지 여부를 고민한다. 어느 지역에 투자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우리는 현재 미국, 중국, 한국, 동남아시아, 중동 등 5개 지역에 분산 투자 중이다."
▶ 해외 투자는 국내와 방식이 조금 다를 것 같다.
"미국의 경우 다양한 정보기술의 핵심 발원지다. 이곳에선 스캔(관찰)과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다른 의미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다. 미국은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기술적인 면이 우수하고 중국은 소비자 중심의 애플리케이션 등 응용 프로그램의 성장이 빠르다. 비스니스 모델이 강한 곳이라서 우리의 '러닝 타깃'이다. 미국과 중국에서 배운 걸 한국와서 접목해 보고 동남아시아로 넘어가 실험 중이다. 농사로 비유하면 중동에서 씨를 뿌리고 있고 동남아시아에서 밭을 갈고 있는 중이다. 중국에선 열매를 수확하는 단계다."
▶ 동남아시아가 미래 비즈니스의 공략지인가.
"사람들이 사는 게 결국 불편한 것에서 편한 것으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인간의 욕구가 비슷하다는 전제를 두면 다른 시장에서 잘 된 비즈니스 모델은 다른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나라마다 규제와 속성이 다르지만 인간의 니즈는 비슷하다는 말이다. 선진시장에서 경쟁하고 사업 모델을 발전시켜 나간다면 새로운 시장에서 남들보다 적합한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다고 본다.아직 공개하기 어렵지만 동남아시아에선 여러 방면으로 시도에 나서고 있다."
▶ 투자하기에 어디가 좋은 회사인가.
"신생 벤처기업일수록 창업자 또는 그 그룹이 핵심이다. 이들의 역할 구분과 뛰어난 역량 그리고 끈끈한 신뢰가 사실상 전부다. 좋은 비즈니스 모델은 시장에 많다. 비즈니스 모델이 나빠서 성장할 수 없는 게 아니다. 사람과 팀의 문제다. 벤처의 성장 과정에서 여러 번 위기가 찾아오는데 좋은 팀은 위기를 거쳐 더 단단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 약한 팀은 그 여정을 견뎌내지 못한다."
▶ 미래 사업팀을 자체 평가해 달라.
"팀 이름대로 GS의 미래 사업을 만들어내는 게 목표인 팀이다. 우리 조직은 벤처 생태계란 저변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기존 대기업의 시스템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 팀의 기틀은 마련됐지만 훨씬 더 큰 역량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론 업무 시간의 20~30%가량을 인재 찾는데 쏟고 있다. 신뢰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스페셜한 역량을 키워 나가는 중이다." 미래 사업부는 작년부터 투자 수익을 새로운 벤처투자에 보태고 있다. 투자자금을 운용해 얻은 수익이 다시 내부로 수혈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른바 '에버그린 펀드'의 형태다. 자체적인 투자자산으로 새로운 기업에 투자해 나가는 것이 이 사업부의 장기적인 목표다.
벤처투자 이후 '조그만 변화'도 생겼다. 몇 년간 외부 조직과 소통하며 깨달은 결과다. GS홈쇼핑은 얼마 전 펫 전용관을 열었다. 펫사업 스타트업들이 대거 입점했고 GS몰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엔 사내 MD(머천다이저·merchandiser)가 홀로 전용관을 꾸리고 장사했었다. GS는 외부에서 적극적으로 솔루션을 도입할 수 있게 됐다.
글=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이 팀(team)과 동업할 생각이 드는가'란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투자해도 된다." - 워런 버핏
그의 방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책장 위에 다국적 캐릭터 피규어들이 놓여 있었고, 반대쪽 책장엔 재즈 등 수십장의 CD 음반이 여유를 풍겼다. 여러 장의 세계 지도는 제법 높은 곳에 매달려 있었다.
5년째 GS홈쇼핑의 미래 사업본부를 이끌고 있는 박영훈 전무(사진)는 후드티를 입고 나타나 악수로 첫 인사를 건넸다. 정갈한 말투와 유연한 눈빛으로 상대방을 끌어당긴 그의 임무는 동료들과 함께 GS의 '미래 사업'을 가꾸는 일이다.
GS홈쇼핑에 합류(2014년 10월)하기 전 그는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액센츄어(Accenture Korea)에서 경영컨설팅 부문 대표로 일했고, GS의 컨설팅을 맡으면서 인연을 맺었다.
GS의 미래사업부는 전세계 벤처기업에 직접 또는 간접(벤처펀드) 투자 중이고, 지난해부터 거둔 투자수익(분배금 등)으로 재투자에 나서고 있다. 여지껏 투자 기업 수는 약 380곳(간접투자 포함), 투자금액은 2700억원에 이른다.
주로 한국, 미국, 중국, 동남아시아,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다국적 포트폴리오를 짜놓고 시장리스크에 대응하고 있으며, 2015년 9월부터 베이징과 싱가포르 등지를 돌며 분기(3개월)마다 'GWG(Grow with GS)'란 네트워킹 행사를 연다. 유망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과 함께 호흡하기 위한 다양한 주제의 쇼케이스다.
▶ 컨설팅 전문기업에서 일해오다 GS에 합류했다.
"컨설턴트가 클라이언트(고객) 기업으로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도 그런 경우다. 당시 GS의 경영진이 홈쇼핑 사업을 포함한 여러 사업의 도전과 한계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강했고, 나 역시 이러한 요구에 동의했기 때문에 GS에 합류하게 됐다. GS홈쇼핑은 과거 20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왔지만, 기술적인 면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쉴 새 없이 변화에 적응하는 시기다. GS홈쇼핑의 미래 사업부는 내부의 혁신을 도모하기 위해 꾸려졌다.
▶ 투자하기까지 과정을 듣고 싶다.
"우리는 회사에서 돈을 출자해서 만든 펀드를 운용하는 조직이 아니다. 재무적 투자자(FI)가 아니라 전략적 투자자(SI)란 얘기다. 주주와 경영진으로부터 컨센서스(합의)를 확보한 뒤 회사 내부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미래 사업부 아래 투자포트폴리오를 벤처투자팀이 꾸리고, 투자기업의 성장을 돕는 'CoE(Center of Excellency·전문가집단)'가 있다. 또 주력 사업과 연관성이 깊은 기업의 투자하는 M&A(인수·합병)실이 따로 있다. 스타트업 등엔 벤처투자팀이 투자의견을 올리면 내부 투자심사위원회가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수 백억원에 이르는 커다란 투자는 이사회의 의결이 필요하다." ▶ CoE는 별동대 조직같다.
"이 조직은 벤처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2년 전 새로 생긴 팀이다. 데이터 전문가와 정보기술(IT) 전문가 그리고 마케팅 및 UX(사용자경험)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전문가 집단이 모였다. 대기업에 다녔거나 벤처기업을 운영했고 컨설팅 경험이 풍부한 사람도 있다. 다양한 경력을 가진 팀원들이 본사와 벤처기업의 중간 경계선을 오가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 벤처기업의 성장을 돕는다. 와닿지 않는다.
"FI와 SI의 차이가 여기서부터다. 대상을 찾고 투자하는 것까지만 벤처투자팀이 담당한다. 흔히 알고 있는 벤처캐피탈(VC)과 같은 임무다. 하지만 SI는 궁극적으로 본사와 투자 포트폴리오(벤처) 간 협업과 공동 프로젝트를 계속 짜 새로운 시너지를 생성해야 한다. 기존 VC들이 할 수 없는 영역이다. 본사의 니즈(요구)를 반영하고 벤처의 장점도 키울 수 있는 독자적인 조직이 필요했다. 외부의 에코 시스템을 내부와 연결해 주는 '다리'로 보면 된다."
▶ 벤처는 무엇이 부족할까.
"CoE의 힘은 주로 스타트업 등 얼리(신생) 단계에서 십분 발휘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독보적인 기술을 뽐내거나 서비스가 훌륭하든지 일부 분야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몇몇 분야에선 약점을 노출한다. 가령 마케팅 분야를 경험한 사람이 없거나 영업력이 약한데 우리가 이런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 반면 M&A실은 이미 나온 브랜드와 제품을 가진 기업을 인수해 보다 큰 성장 전략을 세우는 곳으로 보면 된다."
▶ 외부(벤처)와 내부(본사)의 조화를 강조하고 있다.
"대기업이 가진 한계가 있다. 워낙 조직이 잘 짜여져 있어서 업무 효율이 높은 대신 새로운 것을 시도할 만한 여유가 없다. 혁신적인 일을 시도하려면 업무적·심적 여유가 동시에 필요한데 대기업은 오래 기다려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밥을 지을 때 뚜껑을 자주 열어보면 안 된다. 같은 이치인데 대기업은 조직적으로 어려운 여건이다. 그래서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가져오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 필요하다."
▶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한 '장치'가 벤처투자다?
"그렇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강력한 장치가 바로 투자다. 벤처투자는 중간에 마음대로 엑시트(자금회수)하기 어렵다. 상당 기간 동안 같이 숨을 쉬어야 한다. 우리 같은 SI는 투자해서 돈을 많이 벌자는 데 주요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투자를 통해 외부의 혁신 요소들을 내부화하자는 게 투자의 핵심 이유다. 대기업은 일종의 성(城)과 같다. 그러나 소비자와 사용자의 니즈는 성문 밖에 있다. 우리 사업부의 임무는 곧 현장에 나갔다 돌아와 내부 혁신을 일으키는 것이다."
▶ GWG(Grow with GS)란 다국적 행사가 두 번째 '장치'일까.
"오픈 이노베이션을 실현하기 위한 네트워킹 행사로 이해해도 좋다. 내부와 외부를 소통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 중 하나다. 이 행사는 3년째 진행 중인데 분기마다 매년 3~4차례 중국과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열고 있다. 행사의 주제는 매번 다른데 오직 스타트업을 포함한 벤처들 간 네트워킹을 위한 행사일 경우엔 우리가 투자한 벤처들이 대거 오고 단순한 쇼케이스라면 동남아시아 VC들을 초청해 벤처기업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작년엔 '펫 데모데이'로 데모 제품과 사업 모델을 한꺼번에 보고 아이디어를 나누기도 했다." ▶ '투자 배분'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포트폴리오 구성의 방향키는 미래 사업부가 아니라 회사가 잡고 있다. 우리는 투자 전략을 세우고 주주와 경영진으로부터 컨센서스를 얻어낸다. 투자 전략을 짜는 단계는 먼저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7~8가지 투자 분야를 정해서 어느 단계(얼리·시리즈A·IPO직전 등)에서 할지 여부를 고민한다. 어느 지역에 투자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우리는 현재 미국, 중국, 한국, 동남아시아, 중동 등 5개 지역에 분산 투자 중이다."
▶ 해외 투자는 국내와 방식이 조금 다를 것 같다.
"미국의 경우 다양한 정보기술의 핵심 발원지다. 이곳에선 스캔(관찰)과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다른 의미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다. 미국은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기술적인 면이 우수하고 중국은 소비자 중심의 애플리케이션 등 응용 프로그램의 성장이 빠르다. 비스니스 모델이 강한 곳이라서 우리의 '러닝 타깃'이다. 미국과 중국에서 배운 걸 한국와서 접목해 보고 동남아시아로 넘어가 실험 중이다. 농사로 비유하면 중동에서 씨를 뿌리고 있고 동남아시아에서 밭을 갈고 있는 중이다. 중국에선 열매를 수확하는 단계다."
▶ 동남아시아가 미래 비즈니스의 공략지인가.
"사람들이 사는 게 결국 불편한 것에서 편한 것으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인간의 욕구가 비슷하다는 전제를 두면 다른 시장에서 잘 된 비즈니스 모델은 다른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나라마다 규제와 속성이 다르지만 인간의 니즈는 비슷하다는 말이다. 선진시장에서 경쟁하고 사업 모델을 발전시켜 나간다면 새로운 시장에서 남들보다 적합한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다고 본다.아직 공개하기 어렵지만 동남아시아에선 여러 방면으로 시도에 나서고 있다."
▶ 투자하기에 어디가 좋은 회사인가.
"신생 벤처기업일수록 창업자 또는 그 그룹이 핵심이다. 이들의 역할 구분과 뛰어난 역량 그리고 끈끈한 신뢰가 사실상 전부다. 좋은 비즈니스 모델은 시장에 많다. 비즈니스 모델이 나빠서 성장할 수 없는 게 아니다. 사람과 팀의 문제다. 벤처의 성장 과정에서 여러 번 위기가 찾아오는데 좋은 팀은 위기를 거쳐 더 단단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 약한 팀은 그 여정을 견뎌내지 못한다."
▶ 미래 사업팀을 자체 평가해 달라.
"팀 이름대로 GS의 미래 사업을 만들어내는 게 목표인 팀이다. 우리 조직은 벤처 생태계란 저변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기존 대기업의 시스템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 팀의 기틀은 마련됐지만 훨씬 더 큰 역량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론 업무 시간의 20~30%가량을 인재 찾는데 쏟고 있다. 신뢰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스페셜한 역량을 키워 나가는 중이다." 미래 사업부는 작년부터 투자 수익을 새로운 벤처투자에 보태고 있다. 투자자금을 운용해 얻은 수익이 다시 내부로 수혈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른바 '에버그린 펀드'의 형태다. 자체적인 투자자산으로 새로운 기업에 투자해 나가는 것이 이 사업부의 장기적인 목표다.
벤처투자 이후 '조그만 변화'도 생겼다. 몇 년간 외부 조직과 소통하며 깨달은 결과다. GS홈쇼핑은 얼마 전 펫 전용관을 열었다. 펫사업 스타트업들이 대거 입점했고 GS몰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엔 사내 MD(머천다이저·merchandiser)가 홀로 전용관을 꾸리고 장사했었다. GS는 외부에서 적극적으로 솔루션을 도입할 수 있게 됐다.
글=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