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 강화 노리던 금감원 '당혹'…금융권도 '뒤숭숭'
김 원장 '그만둘 상황 아니다' 판단…삼성증권 사태 등서 목소리 낼 듯


19대 국회의원 재직시절 로비성 해외출장 등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도덕성 논란이 확산하면서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실세 원장의 등장으로 위상 강화를 노리던 금감원 직원은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고 금융권에서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극도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피감기관의 예산을 받아 떠난 일련의 해외출장 등에 대해 김 원장이 처음으로 입을 연 지 이틀이 됐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금융권이 뒤숭숭하다.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금감원이다.

금감원의 자체 채용 비리와, 하나은행 채용 비리에 연루돼 낙마한 최흥식 전 원장 등 도덕성 논란 등으로 상처를 입은 금감원으로서는 또다시 곤욕스러워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금감원은 정권에 지분이 있는 김 원장의 등장으로 감독과 검사 부문에서 금감원의 기능 회복을 꿈꿨다.

금감원 관계자는 "김 원장의 의원 시절 행적에 대한 부분이지만 거취 문제까지 언급되면서 직원들 사이에 어수선한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 전 원장 취임 후 올해 들어 새로운 감독·검사 계획을 짰다가 물거품이 되고 김 원장이 새로 오면서 다시 새 계획을 짜고 있는데 이런 논란이 제기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신임 원장이 금감원 조직을 먼저 장악하고 이후 금융사와 시장을 다잡아야 하는데 지금은 첫 단추가 잘 끼워지지 않는 형국"이라고 털어놨다.

금감원 노조는 김 원장이 취임한 지난 2일 "최근 10년간 금감원은 금융위의 손발로 전락했다"면서 "김 원장은 금감원의 기능 회복을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이는 사실상의 환영 성명으로 금감원의 권한 강화를 기대하는 대목이었다.

김 원장은 취임사에서 첫 번째 과제로 금감원의 정체성 문제를 들면서 "정책과 감독은 큰 방향에서 같이 가야 하지만 정책기관과 감독기관의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고 발언, 금감원 직원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른바 '저승사자'의 귀환으로 잔뜩 긴장했던 금융권에서도 혼란스러운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금융이라는 업종은 안정성이 가장 중요한데 하나은행과 대결이나 채용 비리 등 시끄러운 일만 지속되면서 당국이 금융권 본연의 업무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형태로든 분위기가 잡혀야 방향성도 나오는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여신전문금융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금융산업은 여타 산업보다 도덕성이 강조되는 영역"이라면서 "금감원장 정도면 평균 이상의 도덕성이 요구되는데 이 부분에서 어찌 됐든 상처를 입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원장 측은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국민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직을 그만둬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보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와 금융소비자 보호 이슈 등에서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거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은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해외출장 논란에 대해 죄송하다"며 8일 고개를 숙였다.

다만 출장비를 댄 기관에 혜택을 준 바 없으며, 미국·유럽 출장에 동행한 여성 인턴에게 승진 특혜를 준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야당과 일부 언론은 김 원장이 피감기관 예산으로 수차례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으며 동행한 여성 인턴에게 인사상 특혜를 줬다고 비판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