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개편 시안 공개 '폭풍전야'…결국 핵심은 수능 절대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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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능 최저기준 폐지, 정시 확대 방침 불구
수능이 대입·고교 교육과정에 절대적 영향 끼쳐
개정교육과정 구현하려면 수능 절대평가 불가피
수능이 대입·고교 교육과정에 절대적 영향 끼쳐
개정교육과정 구현하려면 수능 절대평가 불가피
현 중3 학생들이 치르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이 11일 공개된다. ‘1년 유예’를 택한 교육부가 대입정책포럼 운영 등 각계 의견수렴과 전문가 연구를 거쳐 마련한 것이다. 올 8월 최종 결정할 국가교육회의에 넘기는 시안으로, 당국이 큰 틀의 방향을 제시하는 의미가 있다.
최근 교육부는 수시전형 수능최저학력기준 폐지, 정시 확대 요구로 혼선을 자초했다. 상반된 신호로 그간의 ‘수시 확대 및 정시 축소’ 기조가 흔들렸다. 이는 모두 2020학년도 입시부터 적용되는 2년짜리 정책. 예고편에 불과했다. 내일 교육부가 내놓을 대입 개편 시안이 ‘본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2학년도 이후 중장기 대입의 틀을 결정짓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입 개편의 핵심 쟁점은 결국 수능 절대평가 여부다. 절대평가 적용 과목 수, 출제범위 등에 따라 방향이 달라진다. 교육부는 이미 작년 8월 전과목 또는 일부과목 절대평가의 두 가지 시안을 제시했었다. 이후 공정성 시비를 감안해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개선방안 마련 방침을 내놓긴 했지만 근간은 어디까지나 수능 절대평가였다.
대입과 고교 교육과정에 미치는 수능의 영향이 압도적인 탓이다. 서울의 한 사범대학 교수는 “수능 일부과목 절대평가시 고교 수업은 상대평가 과목에 편중될 수밖에 없다. 또 고1 공통과목 기준으로 출제하면 고2~3 때의 선택과목도 수능 대비 위주로 개설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실적으로 고교 교육에 대한 수능의 규정력이 워낙 강해 이 고리를 끊어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물론 대학의 신입생 선발도 어려워진다. 주요 대학의 입학처장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과목을 정하는 등의 ‘궤적’을 볼 수 있는데, 고교 과정이 수능 위주로 돌아가면 이러한 평가방식은 무용지물이 된다”고 짚었다.
개정 교육과정은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 고1 공통과목 위주 출제와 ‘합’이 맞는다. 정원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사무총장(동인천고 교사)은 “개정 교육과정의 관건은 고교 교육이 ‘대입 준비학원’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그러려면 전과목 절대평가와 공통과목 출제를 통한 수능의 영향력 약화, 나아가 자격고사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곤 장관 취임 후 일련의 ‘교육정책 패키지’가 탄력을 받은 것은 그래서다. 수능 절대평가,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 고교학점제 도입은 서로 이어져 있다. 개정 교육과정을 적절히 구현하는 학교 형태가 고교학점제다. 그런데 학생이 진로에 맞춰 과목을 선택하려 해도 수능에서 중요하지 않거나 내신 성적을 따기 어려운 과목은 기피할 수밖에 없다. 수능·내신 상대평가를 유지할 경우 고교학점제 정착은 사실상 불가능한 이유다.
최근 김 장관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징후가 감지돼 대입 개편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졌다. 한 교원단체 관계자는 “여당이나 청와대가 정치공학적으로 개입해선 곤란하다. 정시 확대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연동된 다른 정책들까지 한꺼번에 흔들리니 문제”라고 우려했다.
교육부 시안의 원칙 격인 ‘대입전형 단순화’에는 큰 이견이 없을 전망. 특히 수시·정시 모집시기를 통합하는 방안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현행 수시·정시 이원화로 인해 무너진 고3 2학기 교실을 정상화하는 장점이 크다. 수험생이 수능 성적 확인 후 대학에 지원할 수 있어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강점도 있다.
수시·정시 통합 역시 수능 절대평가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만약 통합된다면 수시·정시 비율 자체가 의미를 잃는다. 단 모집시기 통합으로 전형기간이 단축될 경우 대학은 수능·내신 성적 등 정량지표 평가 비중을 높일 개연성이 있는데, 절대평가로 수능 변별력이 약화되면 이것도 여의치 않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도돌이표처럼 수능 절대평가 문제로 돌아간다”고 했다.
다만 논술·특기자전형은 축소·폐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2020학년도 입학전형안을 발표한 연세대는 정시와 함께 학종 비중도 늘리는 대신 논술·특기자전형을 줄였다. 수능 출제에서의 EBS(한국교육방송) 연계율 역시 현행 70%에서 감축해나가는 방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능의 EBS 연계 출제가 지역별 교육 격차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 반면 무조건적 EBS 교재 지문 암기 등 공교육을 황폐화한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여당 일각에서 학종 폐지론까지 제기됐지만 당장 교사들부터 학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편이라 현실화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학생부 개편은 ‘국민참여 정책숙려제’로 결정하는 사안이기도 하다. 교육부 시안에선 학종의 존폐를 정하지 않겠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최근 교육부는 수시전형 수능최저학력기준 폐지, 정시 확대 요구로 혼선을 자초했다. 상반된 신호로 그간의 ‘수시 확대 및 정시 축소’ 기조가 흔들렸다. 이는 모두 2020학년도 입시부터 적용되는 2년짜리 정책. 예고편에 불과했다. 내일 교육부가 내놓을 대입 개편 시안이 ‘본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2학년도 이후 중장기 대입의 틀을 결정짓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입 개편의 핵심 쟁점은 결국 수능 절대평가 여부다. 절대평가 적용 과목 수, 출제범위 등에 따라 방향이 달라진다. 교육부는 이미 작년 8월 전과목 또는 일부과목 절대평가의 두 가지 시안을 제시했었다. 이후 공정성 시비를 감안해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개선방안 마련 방침을 내놓긴 했지만 근간은 어디까지나 수능 절대평가였다.
대입과 고교 교육과정에 미치는 수능의 영향이 압도적인 탓이다. 서울의 한 사범대학 교수는 “수능 일부과목 절대평가시 고교 수업은 상대평가 과목에 편중될 수밖에 없다. 또 고1 공통과목 기준으로 출제하면 고2~3 때의 선택과목도 수능 대비 위주로 개설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실적으로 고교 교육에 대한 수능의 규정력이 워낙 강해 이 고리를 끊어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물론 대학의 신입생 선발도 어려워진다. 주요 대학의 입학처장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과목을 정하는 등의 ‘궤적’을 볼 수 있는데, 고교 과정이 수능 위주로 돌아가면 이러한 평가방식은 무용지물이 된다”고 짚었다.
개정 교육과정은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 고1 공통과목 위주 출제와 ‘합’이 맞는다. 정원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사무총장(동인천고 교사)은 “개정 교육과정의 관건은 고교 교육이 ‘대입 준비학원’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그러려면 전과목 절대평가와 공통과목 출제를 통한 수능의 영향력 약화, 나아가 자격고사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곤 장관 취임 후 일련의 ‘교육정책 패키지’가 탄력을 받은 것은 그래서다. 수능 절대평가,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 고교학점제 도입은 서로 이어져 있다. 개정 교육과정을 적절히 구현하는 학교 형태가 고교학점제다. 그런데 학생이 진로에 맞춰 과목을 선택하려 해도 수능에서 중요하지 않거나 내신 성적을 따기 어려운 과목은 기피할 수밖에 없다. 수능·내신 상대평가를 유지할 경우 고교학점제 정착은 사실상 불가능한 이유다.
최근 김 장관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징후가 감지돼 대입 개편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졌다. 한 교원단체 관계자는 “여당이나 청와대가 정치공학적으로 개입해선 곤란하다. 정시 확대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연동된 다른 정책들까지 한꺼번에 흔들리니 문제”라고 우려했다.
교육부 시안의 원칙 격인 ‘대입전형 단순화’에는 큰 이견이 없을 전망. 특히 수시·정시 모집시기를 통합하는 방안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현행 수시·정시 이원화로 인해 무너진 고3 2학기 교실을 정상화하는 장점이 크다. 수험생이 수능 성적 확인 후 대학에 지원할 수 있어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강점도 있다.
수시·정시 통합 역시 수능 절대평가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만약 통합된다면 수시·정시 비율 자체가 의미를 잃는다. 단 모집시기 통합으로 전형기간이 단축될 경우 대학은 수능·내신 성적 등 정량지표 평가 비중을 높일 개연성이 있는데, 절대평가로 수능 변별력이 약화되면 이것도 여의치 않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도돌이표처럼 수능 절대평가 문제로 돌아간다”고 했다.
다만 논술·특기자전형은 축소·폐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2020학년도 입학전형안을 발표한 연세대는 정시와 함께 학종 비중도 늘리는 대신 논술·특기자전형을 줄였다. 수능 출제에서의 EBS(한국교육방송) 연계율 역시 현행 70%에서 감축해나가는 방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능의 EBS 연계 출제가 지역별 교육 격차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 반면 무조건적 EBS 교재 지문 암기 등 공교육을 황폐화한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여당 일각에서 학종 폐지론까지 제기됐지만 당장 교사들부터 학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편이라 현실화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학생부 개편은 ‘국민참여 정책숙려제’로 결정하는 사안이기도 하다. 교육부 시안에선 학종의 존폐를 정하지 않겠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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