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면수심의 사건으로 파장을 불렀던 전남 신안 흑산도 초등학교 교사에 대한 학부모 성폭행 사건 범인들이 2년간 다섯 차례 재판 끝에 중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10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김모(39), 이모(35), 박모(50)씨의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15년, 12년, 10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쟁점이었던 ‘공모’의 존재 여부에 대해 대법원이 폭넓게 해석한 이번 재판은 향후 유사범죄 판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암묵적 합의도 공모"… 달라진 공동정범 판단
사건은 2016년 5월21일 저녁 시작됐다. 흑산도 초등학교 교사 김모씨는 마을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중 음식점을 운영하는 학부모 박모씨(51)의 권유로 지역민 김모씨(41), 이모씨(37) 등과 술을 마셨다. 박씨는 술에 취한 여교사를 부축해 관사로 데려다줬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여교사에게 성폭행을 시도했다. 범행은 두 차례 이뤄졌다.

1심 재판부는 박씨 등의 1차 범행을 각자 저지른 ‘단독 범행’이라며 공모를 인정하지 않았다. 피해자가 피고인 가게에 온 손님이었고, 이전에 피고인이 자신의 식당에서 회식하던 피해 여교사를 포함한 교사들을 관사에 데려다준 적이 있는 점 등을 감안한 판단이었다. 그러면서 12~18년형을 선고했다. 2심에서도 공모는 부정됐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감안해 형량도 징역 7~10년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대법원은 공모가 있었다고 봤다. 구체적인 공모행위가 없더라도 범행에 대한 암묵적 합의와 공통된 행동이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1차 범행 당시 박씨는 이씨가 따라 오는 것을 알면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자신의 차를 몰았다. 피해자 관사에서도 이씨는 박씨 차량 바로 뒤에 자신의 차량을 주차했다. 박씨는 범행 후 관사에서 나와 이씨의 차량을 보고도 자리를 떠났다. 이씨가 나와 식당으로 돌아가자 김씨가 범행을 저질렀다. 이 같은 연속 행위가 상호 의사연락 등에 의한 사실상 공모라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공모공동정범이 인정되면 집단 성범죄가 돼 형량이 늘어난다. 파기환송심은 공모를 인정해 이들에게 징역 10~15년을 선고했고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대법원이 공모공동정범을 폭넓게 인정하면서 향후 집단 성범죄에 대한 판단 기준도 변화할 전망이다.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여러 피의자가 연루된 성범죄에 있어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하려면 두 사람 이상이 공모한 구체적 관계가 있어야 했다”며 “이번 판결로 피의자 간 암묵적 합의에 대한 처벌이 잇따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