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문재인 정부선 지평 두각
보수 정권서 사세 키운 바른
"이젠 정치 사건에서 손 떼자"
화우·광장·세종은 전문성에 집중
◆로펌들 ‘정치적 성향’ 따라 희비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법무법인 지평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평의 성향과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지평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차장 출신인 양영태 대표변호사가 창립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34명이던 변호사 수(법무부 자료 기준)가 2010년에는 94명으로 크게 늘어나기도 했다.
현 정부에서는 규제개혁심사위원회 민간위원장에 김지형 대표변호사가 임명됐다. 같은 회사 소속 김영문 변호사는 관세청장에 오르면서 로펌업계에서는 ‘지평 대세론’까지 흘러나왔다. 주식 투자 논란으로 낙마하기는 했지만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남편도 사봉관 지평 변호사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현 정권에서 민변 소속 변호사가 많은 지평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으로 이어진 10년간의 보수 정부에서는 바른이 수혜주였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 평가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정동기 전 바른 고문변호사가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을 지냈다. 정 변호사는 지난 2월 바른에서 퇴사했다. 바른에 정치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결정이란 해석이 로펌 업계에서 나왔다. 김앤장 소속 변호사 수는 이명박 정부 초기 약 300명이었으나 박근혜 정부에서는 600명으로 증가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김앤장의 성장은 기본적으로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뤄졌다”면서도 “정권과의 관계가 나쁘지 않았던 점 역시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치 피해 전문성 키우자”
로펌과 정치권의 관계는 정부 요직 진출이나 공공기관 자문·송무 수임 등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로펌 변호사들의 설명이다. 기업 고객도 정부와의 관계가 좋지 않은 로펌에 사건을 맡기는 것 자체를 리스크로 생각할 수 있다. 로펌으로선 정권과의 관계가 ‘양날의 검’인 셈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발생하는 정치적 리스크를 감당하지 않기 위해 일부 로펌이 ‘탈정치’로 전략을 바꾸는 배경이다. 화우가 대표적이다. 화우는 과거 노무현 정부 수혜주라는 평가를 받았다.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6년 초 89명이던 화우 변호사 수는 이명박 정부 3년차인 2010년에는 190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화우는 10년간의 보수정권 정치색 빼기에 열을 올렸다. 정치 사건 수임 등을 맡지 않고 오직 전문성만 키우겠다는 전략을 취했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에 들어가려는 채명성 변호사를 화우에서 내보낸 것도 이 같은 기류가 반영됐다. 광장, 세종, 율촌 등도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 수임은 원칙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게 내부 방침이다. 각 로펌에서 국정농단 관련 사건 및 이 전 대통령 사건 수임 요청을 받았지만 응하지 않은 이유다. 공직선거법 위반 정치인 사건도 엄격한 내부 심사를 거쳐 수임 여부를 결정한다. 한 대형로펌 대표변호사는 “정권과의 관계보다 각 로펌이 갖추고 있는 전문성이 주목받는 시대가 됐다”며 “정치적 이유로 성장하면 그에 따른 반대급부가 크다는 인식이 높아진 것도 로펌들이 정치에서 멀어지려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