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의 재활용 쓰레기 단가 비싸…지자체가 중재 나서야"
재활용 수거업체들 "지자체, 재활용 쓰레기 처리 책임 방기"
이달 들어 벌어진 재활용 쓰레기 수거 거부 사태를 종결짓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중재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폐기물 관련 기술·재정적 지원과 조정 업무를 수행하는 환경부가 긴급 조치까지 내놓은 상황에서 생활폐기물 처리의 책임이 있는 지자체가 여전히 사태 해결에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11일 환경부와 각 지자체, 재활용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3개 시·도와 부산·울산·대전·충남·전남 등 지방에서 폐비닐 등의 수거 거부 사태가 벌어지고 있거나 예정돼있다.

9일 기준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3천132곳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천516곳에서 계약된 재활용 수거업체가 비닐을 가져가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는 수거 중단 발생지역 8개 시 모두 직접 수거 계획을 세웠지만 김포·용인·화성·군포·오산 등에서는 아직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활용 수거업체들 "지자체, 재활용 쓰레기 처리 책임 방기"
지방에서도 지자체별로 수거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인천은 아직 자체 수거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인천시 관계자는 "현재 수거 거부로 인한 민원은 들어오고 있지 않다"면서 "아파트와 민간 재활용 업체 간의 계약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좀 더 지켜본 뒤에 계획을 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입장에서 그동안 아파트와 수거업체 간 자율 계약에 함부로 간여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생활폐기물 처리의 법적 책임이 있는 지자체가 아파트와 재활용 수거업체 사이에서 중재는 물론 수거 계획조차 내놓지 않고 사태 해결에 수수방관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재활용 수거업체들은 아파트로부터 사들이는 재활용 쓰레기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수거에 나서지 않고 있는 데도 지자체들은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지 않고 있다.

한 폐기물 수거업체 관계자는 "아파트 가구당 1천∼2천 원의 돈을 내고 폐기물을 사들여왔다"면서 "폐비닐 등 돈이 되지 않는 품목까지 떠안아 온 상황에서 폐기물 매입 가격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수거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는 "생활폐기물 처리 책임이 있는 지자체가 아파트 단지와 재활용 수거업체 간 매입 단가 협의를 중재라도 해야 한다"면서 "매입 단가만 인하된다면 다시 수거해 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원순환 전문가도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수거해 가지 않는다고 재활용 업체들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면서 "아파트에서도 돈을 받고 쓰레기를 처리한다는 생각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