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적다고 신용도 없나요"…저소득자 악순환 빠뜨리는 신용등급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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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의 개인 신용등급 산정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신용등급을 책정할 때 연체율·부채 등 신용에 관련된 항목 외에도 급여·가처분소득 등 자산규모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을 빌리면서도 높은 이자를 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사, 신평사에 받은 신용등급 재가공해 활용…소득 수준 반영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카드·보험 등 금융사들은 신용평가사로부터 받은 개인신용등급을 재가공해 신용등급을 매기고, 이를 대출 등에 활용하고 있다.
구체적인 산정방식은 각 사별로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신평사에서 받은 신용정보에 자사 이용 내역, 연체정보, 직장정보, 소득, 연봉정보 등을 추가로 활용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연봉과 소득 등을 포함한 가처분소득 정보다. '얼마나 잘 갚는지'를 판단하는 신용등급에 '얼마나 잘 버는지'를 측정하는 소득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연봉이나 소득 등의 지표를 이자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신용등급에 반영하면 신용등급이 높은 고액 소득자가 큰 금액을 빌릴 때는 저금리로, 저소득자가 적은 금액을 빌릴 때는 고금리로 빌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개인의 신용거래 내역이 얼마나 깨끗한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신용등급이 '자산'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NICE평가정보 올크레딧 등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등급 책정 지표로 △과거 채무상환 이력 △현재 연체를 반영하는 상환이력정보 △현재의 대출·보증 규모를 파악하는 현재부채수준 △신용거래 종류나 형태·건수를 파악하는 신용형태정보 등 4가지 기준을 사용한다.
자산이나 소득 수준 등은 신용등급에 반영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신용조회건수나 신용활동정보 등도 신용등급 책정에 반영, 제2금융권에서 신용등급조회가 들어가면 등급 하락이 일어나곤 했지만, 현재는 금융 미거래자에 한해서만 등급에 반영하고 있다.
◆"대출 규모와 이자율 반영 요건 이원화해야"
전문가들은 자산 및 소득을 대출 규모에는 반영하되 이자율과 신용등급에까지 반영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이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대표는 "재산이나 소득은 대출 규모를 결정할 수 있는 요인이지 신용 정도를 보는 지표가 돼선 안 된다"며 "금융권의 현행 신용등급 산정방식에서는 가난한 사람은 빌린 돈을 아무리 성실하게 갚아도 신용등급이 나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금융사들은 "소득 수준과 대출회수율에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가처분소득이 많을수록 원금 회수 가능성이 높아 이자를 적게 받더라도 고객을 유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가처분소득이 적으면 그만큼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자율에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가처분소득이 적다면 그만큼 대출 규모를 줄이면 되는 문제"라며 "신용 정도와 대출 한도를 판단하는 기준은 이원화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부 회사들은 신용등급모형에 가처분소득 정보를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좋은 패턴으로 많은 실적을 올리는 것"이라며 "구체적 수치를 확인하기 어려운 가처분소득 등의 요인은 신용등급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사 신용등급 산정 기준 불투명해…아무도 모르는 '깜깜이 기준'
금융사들이 자체 신용등급체계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용평가의 대상이 되는 고객마저 자신의 등급이 매겨진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은 지나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자사의 신용등급평가 기준을 공개하고 있는 금융사는 없다. 이 때문에 금융사들은 수백가지 이상의 데이터를 이용해 고객의 신용 등급을 평가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어떤 기준들이 적용되는지는 알려주지 않고 있다.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방식이 자사의 노하우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양한 데이터를 어떻게 가공하고 가중치를 두는지에 각 사의 기술력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복잡한 데이터들이 동시에 연동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요인이 신용 등급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알 수 없다는 말도 있다. 신용등급을 매기는 금융사마저 "우리도 모른다"고 하는 꼴이다.
금융위가 지난 1월 개인신용평가 체계를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바꾸기로 하는 등 개인신용평가체계 개선 의지를 밝혔지만, 금융거래에 사용되는 금융사의 평가 기준을 알 수 없는 이상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일부 금융사는 신용등급을 산정하는 요소에 거주지역이나 카드 이용 장소, 사용 패턴 등의 정보까지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주지역이나 개인의 소비 패턴을 신용등급에 반영하는 것에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도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반영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는 지역이 나쁘다고 신용등급이나 대출한도를 확 낮춘다는 뜻은 아니다"라면서도 "빅데이터 팩터 중의 하나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신용등급을 책정할 때 연체율·부채 등 신용에 관련된 항목 외에도 급여·가처분소득 등 자산규모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을 빌리면서도 높은 이자를 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사, 신평사에 받은 신용등급 재가공해 활용…소득 수준 반영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카드·보험 등 금융사들은 신용평가사로부터 받은 개인신용등급을 재가공해 신용등급을 매기고, 이를 대출 등에 활용하고 있다.
구체적인 산정방식은 각 사별로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신평사에서 받은 신용정보에 자사 이용 내역, 연체정보, 직장정보, 소득, 연봉정보 등을 추가로 활용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연봉과 소득 등을 포함한 가처분소득 정보다. '얼마나 잘 갚는지'를 판단하는 신용등급에 '얼마나 잘 버는지'를 측정하는 소득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연봉이나 소득 등의 지표를 이자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신용등급에 반영하면 신용등급이 높은 고액 소득자가 큰 금액을 빌릴 때는 저금리로, 저소득자가 적은 금액을 빌릴 때는 고금리로 빌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개인의 신용거래 내역이 얼마나 깨끗한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신용등급이 '자산'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NICE평가정보 올크레딧 등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등급 책정 지표로 △과거 채무상환 이력 △현재 연체를 반영하는 상환이력정보 △현재의 대출·보증 규모를 파악하는 현재부채수준 △신용거래 종류나 형태·건수를 파악하는 신용형태정보 등 4가지 기준을 사용한다.
자산이나 소득 수준 등은 신용등급에 반영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신용조회건수나 신용활동정보 등도 신용등급 책정에 반영, 제2금융권에서 신용등급조회가 들어가면 등급 하락이 일어나곤 했지만, 현재는 금융 미거래자에 한해서만 등급에 반영하고 있다.
◆"대출 규모와 이자율 반영 요건 이원화해야"
전문가들은 자산 및 소득을 대출 규모에는 반영하되 이자율과 신용등급에까지 반영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이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대표는 "재산이나 소득은 대출 규모를 결정할 수 있는 요인이지 신용 정도를 보는 지표가 돼선 안 된다"며 "금융권의 현행 신용등급 산정방식에서는 가난한 사람은 빌린 돈을 아무리 성실하게 갚아도 신용등급이 나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금융사들은 "소득 수준과 대출회수율에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가처분소득이 많을수록 원금 회수 가능성이 높아 이자를 적게 받더라도 고객을 유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가처분소득이 적으면 그만큼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자율에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가처분소득이 적다면 그만큼 대출 규모를 줄이면 되는 문제"라며 "신용 정도와 대출 한도를 판단하는 기준은 이원화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부 회사들은 신용등급모형에 가처분소득 정보를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좋은 패턴으로 많은 실적을 올리는 것"이라며 "구체적 수치를 확인하기 어려운 가처분소득 등의 요인은 신용등급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사 신용등급 산정 기준 불투명해…아무도 모르는 '깜깜이 기준'
금융사들이 자체 신용등급체계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용평가의 대상이 되는 고객마저 자신의 등급이 매겨진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은 지나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자사의 신용등급평가 기준을 공개하고 있는 금융사는 없다. 이 때문에 금융사들은 수백가지 이상의 데이터를 이용해 고객의 신용 등급을 평가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어떤 기준들이 적용되는지는 알려주지 않고 있다.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방식이 자사의 노하우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양한 데이터를 어떻게 가공하고 가중치를 두는지에 각 사의 기술력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복잡한 데이터들이 동시에 연동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요인이 신용 등급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알 수 없다는 말도 있다. 신용등급을 매기는 금융사마저 "우리도 모른다"고 하는 꼴이다.
금융위가 지난 1월 개인신용평가 체계를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바꾸기로 하는 등 개인신용평가체계 개선 의지를 밝혔지만, 금융거래에 사용되는 금융사의 평가 기준을 알 수 없는 이상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일부 금융사는 신용등급을 산정하는 요소에 거주지역이나 카드 이용 장소, 사용 패턴 등의 정보까지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주지역이나 개인의 소비 패턴을 신용등급에 반영하는 것에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도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반영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는 지역이 나쁘다고 신용등급이나 대출한도를 확 낮춘다는 뜻은 아니다"라면서도 "빅데이터 팩터 중의 하나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