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전경. 한국경제DB.
금융감독원 전경. 한국경제DB.
삼성증권의 '112조원대 우리사주 배당 입력 오류' 사고 여파가 커지면서 그동안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지나치게 안일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배당 업무에 쓰이는 정보기술(IT) 시스템을 10년 이상 사용해왔다. 지난 10년간 '유령주식 사태'가 벌어질 위험성이 있어왔지만 금융당국이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회사 내에서 배당 업무를 하는 데 쓰이는 IT 시스템을 2007년 구축했다. 유령주식 사태를 일으킨 전산 시스템을 약 11년간 사용해 온 것이다.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오랜 기간 상존해 있었지만 금융감독원은 전산 시스템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

금융당국의 감시 체계가 안일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은 금융투자사에 대해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다"며 "이번 문제의 책임 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의 안일한 감독 체계가 이번 사태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금융투자사에 대해 연간 약 200건 가량 검사를 한다. 매년 검사 과정에서 가장 많이 지적된 문제는 내부통제·경영관리와 IT 등이다. 내부통제와 IT 문제는 2016년 기준 각각 37%, 22.6%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하지만 그간 삼성증권의 배당 시스템 허점 문제를 인지한 적은 없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전산 시스템이 10년 이상으로 노후화됐는데도 당국이 검사에 나서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금감원의 감시망이 느슨해지면서 삼성증권 측도 전산 시스템 문제 가능성에 대한 예방과 관리에 소홀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증권에서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금감원은 4개 증권사를 골라 우리사주 배당 입력시스템을 긴급 조사했다. 그 결과 모두 삼성증권과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증권사에서도 삼성증권과 같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금감원은 사고에 대한 책임을 삼성증권에 떠넘기는 모습이다. 지난 9일 삼성증권 배당 착오 입력 사고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했지만, 부실감독에 대한 사과의 목소리는 없었다. 시종일관 회사 차원의 내부통제 및 관리시스템 미비에 대해서만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금융투자사의 IT 시스템을 관리·감독하는 규정 자체가 금감원 내에 마련돼있지 않다는 것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 업무 다변화에 금융투자사의 IT 시스템이 복잡해지면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늘고 있지만 이를 사전에 예방하고 관리하는 제도를 갖추지 못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사 별로 IT 시스템이 모두 달라 모든 부분을 다 인지하고 지적하기는 어렵다"며 "증권회사들이 시스템을 잘 갖추고 내부통제를 이행하도록 유도를 많이 해오고는 있다"고 해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