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인 미국 보잉이 브라질의 엠브라에르와 손잡고 소형 항공기 시장에 진출한다. 보잉은 당초 소형 항공기 분야 선두 업체 엠브라에르 인수를 추진했지만 브라질 정부의 반대에 부딪치자 합작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호아킴 실바 에 루나 브라질 국방부 장관은 “협상이 타결국면에 접어들었고, 가까운 시일 내 보잉과 엠브라에르의 합작 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당초 보잉의 합작 또는 인수 제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브라질 정부의 태도가 바뀐 것으로 해석된다. 엠브라에르는 글로벌 선두권 기업인 동시에 브라질 군수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브라질 정부는 주요 사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를 이용해 경영을 통제하고 있다.


협상이 타결되면 보잉과 엠브라에르는 합작회사를 만들어 기술과 마케팅, 생산 부문 등에서 협업할 전망이다. 합작 비율과 형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데니스 뮐렌버그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양 사의 제품 라인과 신기종 출시 주기, 생산라인 등을 고려하면 지금이 협업하기에 적기”라고 말했다.

보잉의 새로운 중거리 소형 여객기 개발에는 E2제트기의 업그레이드를 마친 엠브라에르의 개발팀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보잉은 글로벌 마케팅 인프라를 이용해 엠브라에르의 민항기 뿐 아니라 KC-390 군용 수송기 판매를 도울 예정이다.

양사의 협업이 급물살을 탄 것은 최근 경쟁사 에어버스가 캐나다 항공기 업체 봄바르디에와 손잡고 미국시장에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봄바르디에는 소형 여객기 시장에서 엠브라에르와 경쟁하고 있다. 로널드 앱스타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애널리스트는 “최근 중국 항공업체가 엠브라에르에 손길을 뻗치고 있어 보잉은 더욱 발빠르게 협상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