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기자 칼럼] 노동 현장에 노동부가 없다
고용노동 현장에서 고용노동부가 보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노동존중 정책이 숨가쁘게 진행되면서 노동 이슈들이 부각되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계는 전면으로 부상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담당 부처인 고용부에 대한 역할 부족론이 불거지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 시간 단축부터 노사 갈등까지 모두 마찬가지다.

일선서 후퇴한 고용노동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곳은 최저임금위원회다. 고용부 장관은 고시할 뿐이다. 그렇지만 최저임금 관련 정책은 고용부 업무다. 최저임금 계산 때 포함시키는 급여의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가 난제로 떠올랐지만 공은 국회로 넘어가 있다. 고용부는 국회만 바라보며 개점휴업 중이다. 근로 시간 단축도 주무 부처는 고용부다. 인력 대체나 줄어든 임금의 보전 등 디테일한 대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관련법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주도적으로 처리했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 결정이나 근로 시간 단축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다.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국회가 적격일 수 있다. 문제는 주무 부처인 고용부가 제 목소리를 거의 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영업자 인건비 부담 경감이나 임금 보전 등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 시간 단축에 대한 정부 대책은 기획재정부가 총대를 멨다.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고용부가 맡은 대책은 자영업자 등이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하도록 독려하거나 실적을 집계하는 뒤치다꺼리 수준이다. 지방고용노동청이 챙기면 될 일을 고용부가 직접 나서면서 “부의 격을 청으로 낮췄다”는 한탄까지 들릴 정도다.

노동 현장에서도 활약상을 찾기는 힘들다. 사장실 점거 농성은 풀었지만 한국GM 노조는 초미의 관심사다. 한국GM은 투쟁동력이 세기로 유명한 금속노조 산하 지부다. 춘투를 앞둔 터라 휘발성 강한 소재가 될 수 있다. 예전이라면 고용부가 대책을 마련해 관련 부처와 조율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지금은 그런 모습을 찾기 힘들다. 기업의 대규모 도산이나 구조조정으로 고용 안정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 지역을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가 있다. 지방자치단체 신청을 받아 고용부가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한국GM과 STX조선해양의 고용 리스크는 커져 가지만 정부 대책회의에는 기재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은행만 보인다.

부의 위상에 걸맞은 행정을

‘고용부 실종 사건’에 대해 “실종이 아니라 보이지 않을 뿐”이라는 반론도 있다. “대책 마련과 시행에 참여하고 있지만 국회나 기재부 등이 총괄해 두드러지지 않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용부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래로부터의 소통이 꽉 막힌 수준”이라거나 “최고수뇌부에 대한 업무상 설득이 힘들어 포기했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노동개혁 라인에서 일한 실무자들 컴퓨터까지 싹싹 훑는 판에 일할 맛이 나겠느냐”는 볼멘소리도 들려온다. 정부 방침을 따른 중하위직 공직자들에게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는 문재인 대통령 언급에도 “벌어진 틈과 쌓인 앙금을 처리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고용부는 1948년 사회부 노동국으로 출발했다. 1963년 보건사회부 노동청으로, 1981년 노동부(2010년 고용부)로 승격했다. 승격 배경은 간단하다. 부처로서 정책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립해 집행하라는 것이다. 지금 고용부 위상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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