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세계 최초' 홀대하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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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 바이오헬스부 기자 freeu@hankyung.com
지난달 30일 한국경제신문 1면에 지나친 규제로 의료기기 업체가 고통받고 있다는 기사가 나간 뒤 비슷한 사정을 토로하는 제보가 이어졌다. 자가치아 유래골 이식술을 2009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치과의사 A씨도 눈물겨운 사연을 보내왔다.
자가치아 유래골 이식술은 잇몸 뼈가 부실한 환자에게 자기 치아로 만든 뼈를 이식하는 기술이다. 동물 뼈나 합성재료로 제작한 이식재보다 안전하며 효과가 좋다고 임상시험에서 밝혀졌다. 그러나 같은 해 신의료기술평가를 신청한 뒤 6년에 걸쳐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심사를 받았다. 효능을 입증할 문헌이 부족하다는 게 장기 심사를 받은 이유였다. A씨는 “규정상 신청 기술과 관련된 임상시험 연구 논문을 한 편 이상 내면 된다”며 “문헌 부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A씨는 네 차례에 걸쳐 50여 편의 논문을 제출했으나 심사는 계속됐다.
결국 A씨는 국회를 찾아 하소연했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지적됐다. 2015년 1월 마침내 신의료기술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심평원은 관련 기술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이유로 보험 등재 여부를 3년째 미루고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 또다시 이 문제가 거론됐지만 보건복지부는 이른 시일 내 지침을 마련하겠다고만 했다. A씨는 “심평원은 수가를 책정하는 곳이지 제도를 따지는 곳이 아니지 않으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러는 사이 A씨 회사에 근무하던 한 직원이 창업했다. 이 회사는 A씨 회사와 비슷한 기술로 심평원에서 6개월 만에 ‘기존 기술’ 판정을 받았다. 이 회사가 심평원에 제출한 심사 신청 서류에 기재된 논문 목록에는 A씨 이름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했다. A씨가 6년 걸린 일을 후발주자가 단기간에 마친 셈이다. A씨는 “이제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사업하고 싶다”고 했다. 글로벌 토종 브랜드를 만들겠다던 꿈을 접겠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의료기기 시장에서 외국산 제품 점유율은 5년 연속 60%대를 기록했다. 정부는 국산 의료기기 개발을 위해 갖가지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왜 효과가 없는지 돌이켜봐야 할 때다.
자가치아 유래골 이식술은 잇몸 뼈가 부실한 환자에게 자기 치아로 만든 뼈를 이식하는 기술이다. 동물 뼈나 합성재료로 제작한 이식재보다 안전하며 효과가 좋다고 임상시험에서 밝혀졌다. 그러나 같은 해 신의료기술평가를 신청한 뒤 6년에 걸쳐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심사를 받았다. 효능을 입증할 문헌이 부족하다는 게 장기 심사를 받은 이유였다. A씨는 “규정상 신청 기술과 관련된 임상시험 연구 논문을 한 편 이상 내면 된다”며 “문헌 부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A씨는 네 차례에 걸쳐 50여 편의 논문을 제출했으나 심사는 계속됐다.
결국 A씨는 국회를 찾아 하소연했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지적됐다. 2015년 1월 마침내 신의료기술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심평원은 관련 기술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이유로 보험 등재 여부를 3년째 미루고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 또다시 이 문제가 거론됐지만 보건복지부는 이른 시일 내 지침을 마련하겠다고만 했다. A씨는 “심평원은 수가를 책정하는 곳이지 제도를 따지는 곳이 아니지 않으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러는 사이 A씨 회사에 근무하던 한 직원이 창업했다. 이 회사는 A씨 회사와 비슷한 기술로 심평원에서 6개월 만에 ‘기존 기술’ 판정을 받았다. 이 회사가 심평원에 제출한 심사 신청 서류에 기재된 논문 목록에는 A씨 이름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했다. A씨가 6년 걸린 일을 후발주자가 단기간에 마친 셈이다. A씨는 “이제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사업하고 싶다”고 했다. 글로벌 토종 브랜드를 만들겠다던 꿈을 접겠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의료기기 시장에서 외국산 제품 점유율은 5년 연속 60%대를 기록했다. 정부는 국산 의료기기 개발을 위해 갖가지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왜 효과가 없는지 돌이켜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