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3월 실업률이 17년 만의 최고수준(4.5%)으로 치솟았다. 청년층 실업률도 11.6%의 ‘고공비행’을 지속했다. 같은 기간 독일 실업률이 1990년 10월 통일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고, 미국 실업률은 2000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웃 일본은 지난 2월 실업률이 2.5%로 완전고용을 자랑할 정도다. 선진국은 일손을 못 찾아 난리인데 한국만 고용시장이 나빠진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자 “과거에도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영향을 미쳤지만 몇 달 사이 안정을 되찾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사실이 거듭 확인되고 있다. 취업자 수가 도·소매업에서 9만6000명,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 2만 명 감소한 게 그렇다. 일자리안정자금으로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이 상쇄될 것으로 본 정부 판단과는 달리 고용시장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일자리 정부’ 공약에도 불구하고 고용쇼크가 구조적 추세로 굳어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 실업률이 떨어지는 국가들의 공통된 특징으로 꼽히는 노동개혁이 한국에서는 어찌 됐는가. 문재인 정부 들어 노동개혁법안은 모조리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오히려 무리한 방법을 동원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역주행이 시작됐다. 성과급제도 시행 등 공공부문 개혁도 도루묵이 됐다. 정부의 친노조정책을 등에 업은 강성노조 목소리만 드높은 게 지금의 한국이다. 고용쇼크 구조화는 정부·여당이 노동개혁을 외면하는 가운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더해지면서 고용시장이 얼어붙은 결과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최저임금 인상 100일 평가와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었지만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을 가로막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양대 노총이다. 강성노조의 기득권을 깨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개혁이 시작되지 않는 한 고용쇼크를 해결할 길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