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주무부처는 고용노동부다. 고용부는 지난 2월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바뀐 제도가 현장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작 연착륙 방안의 핵심이자 영세 중소기업들이 아우성치고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에는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력근로 확대 필요하지만… 다시 장시간 근로 회귀 우려"
고용부는 지난 10일 사업장 규모별로 정해진 시기보다 미리 근로시간을 줄이는 기업과 근로자에 대해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 후속조치를 내놨다. 2021년 7월부터 ‘주당 52시간 근로’를 적용받는 5~49인 기업이 내년부터 시행하면 기존 지원제도에 더해 최장 4년 이상 인건비(기업)와 임금감소분(근로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정부는 근로시간을 줄이는 기업에 신규 채용 근로자 1명당 월 최대 80만원을,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줄어든 근로자에 대해선 1명당 월 최대 40만원을 최장 2년까지 지원하고 있다. 민간기업 임금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에서 나오는 돈이지만 열악한 일자리 상황 등을 감안할 때 ‘고육지책’이란 평가가 많다.

하지만 정작 산업현장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보완조치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일정 기간 내 어느 주 또는 어느 날의 근로시간을 조정해 해당 기간 내 총 근로시간이 법정 최대 근로시간을 넘기지 않으면 되는 제도다. 한국은 현재 취업규칙에 따라 2주간, 노사 합의에 따라 3개월간 탄력근로를 시행할 수 있다.

산업현장에서는 2주 또는 3개월에 묶여 있어 지나치게 경직된 탄력근로 제한기간을 넓혀야 한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근로시간이 급격히 줄어든 마당에 계절적 요인, 수급 상황 등에 대응하려면 근무시간 운용이라도 유연하게 해달라는 요구다.

고용부는 탄력근로 확대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선뜻 나서지는 않고 있다. 이성기 고용부 차관은 “독일 프랑스 일본은 한국보다 단위기간이 넓어 유연한 근로시간을 활용하고 있다”면서도 “장시간 근로 유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