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과일인 바나나 도매가격이 폭등했지만 소매업체들은 ‘가격 인상의 역풍’을 우려해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지난 1~2월 미국의 바나나 도매가격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5% 오른 파운드당 0.577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만 놓고 보면 파운드당 0.53달러로 1~2월보다는 다소 하락했지만 1년 전에 비해선 여전히 8.4% 높은 수준이다.

이는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등 중남미의 주요 바나나 수출국이 라니냐(적도 부근 태평양의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낮은 현상)로 생산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세계 바나나 수출의 약 85%를 차지하는 이들 국가는 지난 6개월간 라니냐로 인한 이상 저온과 폭우, 홍수, 산사태 등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도매가격과 달리 바나나 소매가격은 상대적으로 안정세다. 지난 2월 말~3월 중순 파운드당 0.57달러로 1년 전보다 2.3% 오르는 데 그쳤다.

미국 소매업체들은 바나나 가격을 올리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바나나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과일이다. 오렌지 사과 등 다른 과일 소비량을 능가한다.

게다가 전자상거래가 보편화한 오늘날에도 바나나는 대부분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가 이뤄진다. WSJ는 “바나나는 소비자의 매장 방문을 이끌어내기 때문에 소매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꺼린다”며 “대형 소매업체는 바나나를 약간의 이윤만 남기고 팔거나 때로는 손해를 보고 판다”고 전했다. 아마존이 인수한 식료품 체인 홀푸드 일부 매장은 바나나를 파운드당 0.2~0.49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