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정치권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거취를 놓고 격렬한 여야 공방전이 벌어졌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사퇴 압박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김기식 지키기’에 총력 태세로 나섰다. 그동안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정의당도 김 원장의 사퇴 촉구 쪽으로 기울고 있다.

한국당은 이날 김 원장의 19대 국회의원 시절 정치자금 사용과 관련한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원장이 자신이 속했던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 ‘더좋은미래’에 의원 임기 종료 직전 5000만원을 후원한 일을 거론하면서 “셀프 후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여권에 우호적이던 민주평화당도 공세에 합류했다. 조배숙 대표는 “시민단체 출신인 김 원장의 불법 행위는 가히 ‘적폐 백화점’이라고 할 만하다”며 “그 수법의 다양함과 뻔뻔함이 전 정권의 적폐와 오십보백보”라고 맹비난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도 “김 원장은 국회의원이라는 특권을 이용해 갑질 뇌물 외유를 즐기고 다닌 부패 혐의자”라고 비판 수위를 한층 높였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분명히 형사 책임을 져야 할 김 원장의 비리를 묵과하면서 ‘내 편이고 내 코드’라는 이유로 유임시키는 것은 적폐 중의 적폐를 재연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전날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김 원장 보호에 나섰다. 남인순 유은혜 홍익표 진선미 의원 등 더좋은미래 소속 민주당 의원 10여 명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미래연구소는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이 연구기금을 갹출해 세운 독립 싱크탱크”라며 “김 원장이 마음대로 운영하고 고액의 수강료를 챙겨갈 수 있는 개인 연구소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성태 원내대표의 ‘셀프 후원론’을 반박한 것이다.

민주당은 또 김 원내대표를 향한 외유성 출장 의혹을 추가로 제기하며 반격에 나섰다. 김 원내대표가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한국공항공사를 통해 보좌진과 함께 출장을 다녀왔다”며 “피감기관을 통한 해외 출장이었고, 갑질의 최정점에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신보라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에 대해 “김 원내대표의 출장은 국회사무처 경비를 이용한 공무였다”고 반박했다. 이어 “민주당의 공세는 전형적인 정략적 물타기”라고 맞받아쳤다.

그동안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정의당도 김 원장 불가론으로 기울고 있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인사의 원칙이 ‘적법’이라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국민 눈높이에 벗어났다는 공개적인 선언과 다를 바 없다”며 “이대로 논란이 지속된다면 제대로 된 개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추 대변인은 “김 원장의 거취 문제가 유보할 수 없는 임계점에 닿았다고 판단하고, 12일 열리는 상무위원회에서 당 입장을 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정부 인사에서 임명 혹은 낙마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이른바 ‘정의당 데스노트’에 김 원장 이름이 올랐다는 점에서 김 원장 사퇴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고 있다고 예측했다.

김우섭/박종필 기자 duter@hankyung.com